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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편지 Jul 30. 2021

사랑을 보는 일

마음을 보는 일

인간관계에서는 흔히 상대에게 줄 것이 내게 충분히 있을까 우려하곤 합니다.
진리에 목이 말라서 선과 자비, 영적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 밖으로 나갑니다.
때로는 모든 선과 아름다움, 진리를 완벽하게 갖춘 연인을 찾았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실망을 합니다.
진정한 연인이나 친구는 나의 내면을 깊이 보도록 해주어
그동안 찾아 헤맸던 아름다움과 사랑을 발견하도록 격려해주는 사랑입니다.

<사랑 명상 How To Love>, 틱낫한



명상을 시작하고 내 눈을 보는 날이 많아졌다.

오늘 내 눈은 어떤 빛인가 하고 가만히 들여다본다.

사랑을 담은 따뜻한 눈빛이었으면 좋겠는데 까만 눈동자에 괜히 뜨끔하다.

그럼 눈꼬리를 굽히고 입꼬리를 올려서 웃어본다.

조금 낫다.


매일 보는 내 얼굴인데도 뚫어져라 보면 낯설게 느껴진다.

거울 앞에 선 나와 거울 속의 나만 있는 것 같다.

괜히 무서워져서 시선을 돌리다가도 내 눈에 이끌려서 다시 쳐다본다.

낯선 마음도, 무서움도 잠시 내려놓고 끝까지 본다.

그럼 내 안의 이야기들이 뽀글뽀글 떠오른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에게서 느꼈던 마음이 보인다.

다들 저마다의 길을 걷고있는데 나만 멈춘 것 같다는 생각.

나름대로 점을 찍으며 살아왔다고 믿었는데 별 것 아닌 것 같다는 생각.

마음이 불편하다는 생각.

가만히, 가만히 마음을 본다.


그럼 끝에는 내가 있다.

불안도, 질투도, 미움도 없는 내가 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한번쯤 안아주고 올 걸.

호쾌하게 산 그 애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줄 걸.

너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얘기할 걸.


친구에게서 나를 본다.

친구를, 나 아닌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곧 나를 사랑하는 일이 된다.

친구에게서, 연인에게서, 가족에게서, 지나가는 모든 사람에게서 나를 본다.

나만 사랑하는 일이 세상을 받아들이는 통로가 됐다.

너를 사랑하는 일이 나를 사랑하는 일이라는 것을 왜 몰랐을까.


다시 눈을 본다.

사랑이 있나?

잘 모르겠다.

조금 후련한 것도 같다.

조금 기분이 좋아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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