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하는 사람을 사랑한다

삶에 대하여(4)

by 예원

“인생은 고통이다.”

조던 피터슨의 이 말은 이상하게도 내게 위로가 되었다. 삶이 본질적으로 고통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때,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 앞에서 흔들리지 않게 된다. 현실을 부정할수록 더 괴롭다. 그래서 나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오늘도 조용히 해내려 한다. 그게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다.


하지만 처음부터 ‘오늘 살아온 건 아니다.


20대 초반의 나는 불안 속에 떠 있었다.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한 좌절은 내 마음을 과거에 묶어두었다. “이젠 아무것도 노력하지 않겠다”는 유치한 반항심으로 시간을 흘려보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두려웠고, 나와 마주하는 것이 불편해 의미 없는 영상과 약속으로 하루를 지웠다. 그렇게 현실을 피하며 보낸 시간이 꽤 길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문득 생각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진짜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


원하는 것에 몰입하고, 해내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선택한 길임에도 즐거움보다 힘든 날이 더 많았다. 결과가 나올 때 느끼는 뿌듯함은 잠시였고, 대부분은 고단 함이었다. 그래도 예전처럼 세상을 원망하며 시간을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힘든 날이면 스스로에게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냉정하지만 이 말이 나를 다시 '오늘'로 데려온다. 그리고 지금의 나를 만든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나는 끈기 있게 무언가를 지속하는 사람을 사랑한다.

현실에 맞서 버티고, 조금씩 나아가며, 결국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 사람. 그런 사람을 볼 때마다 마음 깊숙한 곳이 흔들린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돌아보면 내가 힘든 시기에도 꾸준히 해온 한 가지가 있다.

2020년부터 쓰기 시작한 일기. 가끔 옛 페이지를 펼치면 버텨냈던 시간과 감정이 또렷하다. “맞아, 그때도 잘 견뎠잖아. 지금도 결국 지나가겠지.” 그렇게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를 위로해 준다. 성장의 기록을 보다 보면 오히려 예전의 내가 더 단단해 보이기도 한다. 인생의 고통은 파도처럼 주기적으로 오고, 그 파도를 넘고 나면 언젠가 다시 햇살이 비친다는 걸 경험을 통해 배우고 있다.


꾸준히 운동하는 남편도 그래서 더 사랑스럽다.

나는 온갖 핑계를 대며 운동을 미루지만, 그는 오히려 힘든 날이면 몸을 움직여 기분을 바꾼다. 어떤 날이든 해야 할 일을 결국 해내는 그의 태도를 닮고 싶다. 성실함이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작은 루틴을 오늘도 반복하는 마음이라는 걸 배운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건 오늘뿐이다.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내다 보면 기쁨은 스쳐 지나간다. 행복이 늘 이어질 수는 없지만, 꾸준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잔잔한 행복을 발견한다. 그렇게 쌓인 순간들이 결국 내 삶의 방향을 잡아준다.



나는 결국, 어떤 날이건 꾸준히 해내는 사람을 사랑한다.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지속하는 사람이 결국 도달하게 되어 있다.

무엇이 되었든 내가 원하는 삶에 가까워지기 위해,


나는 오늘도 계속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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