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같은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는 착각

결혼에 대하여(1)

by 예원

“아빠 같은 사람과 결혼하고 싶어.”


친구에게서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종종 놀란다.

아버지가 그만큼 자상하고 이상적인 존재라는 뜻일 테니, 부럽다는 마음이 먼저 들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질문도 따라온다.

정말 아빠 같은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물론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어, 그런 모습을 떠올리며 한 말이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그건 ‘아빠 같은 남자’라기보다, 다정하고 책임감 있는 어른에 대한 이미지일지도 모른다.)


아빠 같이 나를 챙겨주며 나에게 다정한 남자를 찾는다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과연 아버지 같은 남편이라는 존재가 있을까.


나 역시 결혼을 했다.

서로를 아끼며 평생을 함께하겠다고 약속했고, 힘들 때는 기꺼이 서로의 안식처가 되어준다.

하지만 우리의 관계가 부모와 자식처럼 일방적인 관계는 아니다.

(물론 부모가 노쇄해짐에 따라 부모도 자식의 돌봄이 필요하다.)

우리는 서로를 위하지만, 보호자와 피보호자의 관계는 아니다.

각자 자신의 삶에서 한 사람 몫을 해내고, 그 위에서 부족한 부분을 나눠 채운다.

한쪽의 일방적인 보살핌을 기대하는 관계가 아니라, 나란히 서서 함께 살아가는 관계에 가깝다.


그래서 ‘아빠 같은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는 말이

어쩌면 스스로를 늘 상대보다 부족한 위치에 두고 싶다는 마음은 아닐지 생각해 본다.

항상 보살핌을 받는 존재로 남고 싶다는 바람 말이다.


하지만 상대에게 지속적인 보호와 돌봄을 기대하는 관계는

혼인을 전제로 한 부부 관계로는 오래가기 어렵다.

사회에서 스스로 한 사람 몫을 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인생을 함께할 반려자도 만날 수 있는 게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하는 사람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