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대하여(6)
사람은 여유가 없을수록 주변을 잘 보지 못한다. 눈앞에 놓인 당장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하다 보면, 바로 곁에 있는 아름다움은 자연스럽게 지나쳐 버린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쇼츠 속 짧은 감동적인 이야기에 마음이 움직여, 채 1분도 되지 않는 영상에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1분 남짓한 영상에 감동시켜 울리다니 엄청나게 잘 만든 쇼츠인 건 틀림없지만, 정작 내 옆에 있는 감사한 일들은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채 흘려보내고 있는 셈이다.
하루를 아등바등, 조급하게 보내다 보면 주변을 돌아볼 여유 없이 시간이 흘러간다. 그래서 나는 의식적으로 멈추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고, 계절이 바뀌며 달라진 공기의 온도와 냄새를 느끼고, ‘아, 내가 지금 이 시간을 살아내고 있구나’ 하고 오감으로 인식하는 순간 말이다.
나름의 방식으로 이런 시간을 만들어보려 노력한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일기를 쓰고, 감사한 일 세 가지를 적는다. 막상 쓰려하면 쉽게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있지만, 하루를 찬찬히 되짚어 보면 감사할 일은 세 가지가 아니라 백 가지도 적을 수 있다.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충분하다.
공대를 선택해서인지, 예술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다. 예술을 한다는 것은 삶을 더 풍요롭게 살아가는 방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자연스레 아름다운 것을 더 많이 보고, 더 자주 이야기하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주변의 아름다움을 더 잘 느끼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길을 가다 노을이 예쁘거나 귀여운 것들을 보면, 멈춰 서서 사진을 찍는 지인이 있다. 나에게는 그냥 스쳐 지나갈 찰나의 순간이었다. 노을이 예쁘긴 했지만 사진을 찍을 만큼 극적인 장면은 아니라고 생각했고, 별일 아닌 일상에 사진을 남기는 것이 괜히 유난스러운 행동 같기도 하고, 멋쩍어 망설이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든 풍경을 더 예쁘게 담아보려 애쓰는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들어 한 장을 남기게 되었다.
사실 이런 별것 아닌 순간들이 우리의 삶을 더 행복하고 풍요롭게 만든다. 사진첩을 열어 ‘작년 이맘때쯤 나는 뭘 하고 있었지?’ 하고 들여다보다가, 그날 찍어 둔 노을 사진을 발견하면 이런 생각이 든다. ‘아, 이날 노을이 예뻐서 사진을 찍었지.’라는 생각이 들면, 노을이 예뻤다는 기억보다도, 노을이 예뻐서 사진을 찍던 그때의 내가 왠지 모르게 예쁘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렇게 남긴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건네면, 그 ‘예쁜’ 마음은 조금씩 주변으로 퍼져 나간다. 어쩌면 주변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산다는 것은, 대단한 감각을 가지는 일이 아니라 이런 사소한 순간들을 기꺼이 붙잡아 두는 연습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