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추락
글을 쓰며 살고 싶습니다. 취업준비생이지만 그래도 된다면 모든 걸 다 잊고 글을 쓰며 살고 싶습니다. 하루 종일 글만 쓰고 살아도 풍족하게 살 수 있다면 나는 글을 쓰며 살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글만 쓰고 살기에는 용기가 부족합니다. 가장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것에서 벗어나기엔 나는 용기가 없습니다. 학생이기에 당연히 공부를 했고, 대학을 졸업했기에 당연히 직장인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가장 평범하고 자연스러우니까요. 나에겐 이 지극히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삶을 벗어날 용기가 없습니다.
나는 지금 아주 평범한 인생의 선로 위를 달리는 중입니다. 이 선로를 벗어나기엔 너무 오래, 너무 멀리, 너무 빨리 와버렸습니다. 지금 이 길을 벗어나게 되면 나는 그대로 물속에 처박힐 게 분명합니다. 그걸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이 길을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지금 이 선로를 달리는 나라는 열차 위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이 타고 있습니다. 나의 추락은 나 하나의 추락으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나는 이 길을 벗어나지 않을 겁니다. 이 길을 벗어나지 않고 정해진 선로 위를 안전하게 달려야 합니다. 그래야 모두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선로가 1도라도 틀어져 지금과는 조금 다른 풍경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면, 그 풍경이 너무도 아름다워 나는 물속에 처박힐 것을 알면서도 이 열차의 속도를 늦출 용기를 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의 이 평범하고도 평이한 길에 글이 생긴다면, 나는 죽을힘을 다해 이 열차의 속도를 늦추려고 아등바등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새로운 광경이 너무도 아름다워 눈물이 흐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등바등하며 나는 오늘 내 선로를 1도 틀었습니다.
이보다 찬란한 추락이 어디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