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미안)
밤 9시가 넘어서야 오늘이 엄마 생일이란 걸 깨달았다.
엄마 주민등록증 상의 생일은 8월 27일.
엄만 그 생일을 매해 음력으로 챙겼어서 해마다 다른 날짜이다.
아이가 잠들고, 문득 엄마 생일이 이쯤이다 싶어 네이버캘린더를 켰다가 오늘이 엄마 생일인 걸 깨닫는다.
8월 27일. 10월 3일. 몇 십년을 챙겨도 달력을 수시로 들춰보지 않으면 정신 없이 있다간 그냥 잊고 마는 음력 생일.
워낙 생일을 거하게 챙기는 가족 문화가 아니었어서 차라리 그게 위안이 되는 밤이다. 엄마에게 전해지는 거라곤 내 속의 소리밖에 없을텐데, 딸의 속마음이 전해지지 않아 엄마는 아주 조금은 서운했으려나.
이렇게라도 엄마 생일인 것이, 하루가 끝나기 세시간 전에라도 알아져서 아쉬운 마음에 오빠랑 통화라도 해서 다행이다.
음력생일을 챙기지 않았으면 좋았을걸.
그럼 매해 꼬박꼬박 잊지 않고 마음으로 기릴텐데.
죄 없는 음력을 괜히 탓해본다.
오늘 유독 아이랑 남편이랑 즐거운 날을 보내고 와서 더 마음이 미안해서 그런가보다.
그런데 틈날 때 마다 엄마 생각은 시도 때도 없이 하고 있으니 엄마가 부디 서운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엄마가 늘 말하던 대로, 울지 않고, 실망하지 않고 행복한 일상을 지내고 있으니 우리 딸 잘 하고 있다 생각해주면 좋겠다.
엄마, 생일 축하해. 오늘이 엄마 생일인 걸 잊은거지, 단 하루도 엄마를 잊은 적은 없어. 알지? 사랑해요, 보고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