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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주껏빛나는 Jun 06. 2023

엄마의 다섯 번째 기일에 떠난 가족여행

울지 않고 엄마 이야기를 하는 날이 나에게도 왔다

2022년 엄마의 기일에 썼던 글을 이제야 업로드한다. 애니메이션 ‘코코’를 보고서는 브런치 서랍에 묻어놨던 글을 잘 다듬어 꺼내놔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다. 엄마를 또 한 번 더 기억하려는 어떤 마음이 엄마에게도 잘 전달됐기를.



음력 10월 5일은 엄마의 기일이다.

17년도 내 생일에 떠났고 올해로 다섯 번째 기일을 맞이하게 됐다.


어릴 때부터 외가 친척들과 참 돈독했다. 특히나 이모네 가족은 우리 엄마에게 애틋하다. 사촌언니는 본인 결혼준비를 본인 엄마에 우리 엄마까지 껴서 하는 정도였으니.


그런 사촌언니네 온 가족과, 이모와 사촌오빠. 그리고 우리 오빠네 내외, 우리 가족과 아빠까지 해서 올해 엄마 기일엔 여행을 가는 게 어떻겠냐고 내가 제안했다.


타지에서 일하는 아빠는 엄마의 제사를 챙길 수가 없어 친할아버지의 제사에 엄마 제사까지 합쳐서 절에서 모시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엄마 기일 당일엔 우리 모두 할 일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엄마 기일 당일에 아무것도 못해 아쉬워하는 이모의 마음도 달래고팠고.


3,5,10 - 이런 의미 있는 숫자에 나는 늘 마음이 약해진다. 그래서 엄마의 다섯 번째 기일을 평소처럼 보내고 싶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엄마의 기일만 되면 울적해지는 것이 싫어 제안했던 엄마의 기일 기념 여행은 특별했다.

처음으로 꺼이꺼이 울지 않고 지난 기일이었다.

엄마를 추억할 때마다 조금 왈칵하긴 했지만 함께하는 이들이 많은 자리라 그런지 가라앉지 않을 수 있었다. 조금 더 의젓하게 엄마라는 슬픔을 흘려보낼 수 있었다. 슬프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다. 슬펐지만 눈물로 감정을 소모하지 않게 된 것 같다. 눈물을 왕창 쏟아내버리고 나면 후련한 기분이 들면서도 마음 한편엔 내가 우는 것을 너무나도 싫어하던 생전의 엄마가 나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는 게 느껴졌었다. 그럼 이윽고 다시 슬픈 마음이 되는 악순환이었는데, 이번엔 그 고리를 끊어낼 수 있었다. 그래서 스스로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결혼과 출산으로 갈수록 늘어나는 식구들은 감히 말하건데 내 행복의 원천이다.

거기에다가 이제 막 임신 안정기에 접어든 새언니까지 보고 있으니 복작복작한 대가족의 우리가 뿌듯하고 기뻤다. 엄마도 이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나도 끼고 싶다’며 아쉬워할 것이 눈에 선했기에. 슬펐지만 기뻤다.


’엄마가 있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하다가

‘엄마도 여기 있을 거야’라는 생각으로 마무리했던 밤. 엄마에 대한 애도가 다른 형국으로 넘어가는 그 어떤 순간이었다.


엄마는 참 이랬었지. 엄마가 있었다면 이랬을 게 뻔하다는 류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주고받았다. 그렇게 우리는 늦은 시각까지 맥주 한 잔에 추억을 안주 삼아 시골의 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렇게 맞이한 오늘 아침, 뉴스에서는 믿을 수 없는 이태원 사건이 보도되고 있었다. 딸아이는 900일을 살았고, 이제 곧 태어날 나의 또 다른 가족, 우리 엄마의 외손자는 새언니의 뱃속에서 건강함을 뽐내고 있던 오늘 아침. 수백 개의 생명이 아스라 졌다. 여행을 통해 다시금 깨달은 살아있는 오늘과 소소한 행복의 중요함이 더 크게 다가왔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마주하고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 행복의 진정한 정의라 하지 않았던가. 갈수록 나에게 소중한 것에 대한 생각이 뚜렷하고 뾰족해진다. ‘행복과 건강, 그것을 함께 나눌 사랑하는 사람들‘. 너무나 뻔하지만 결코 쉽게 얻을 수 없는,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행복을 함께 나눌 엄마가 없다는 것만 빼면 모자랄 것이 없는 나날들. 나의 유일한 결핍인 엄마가 그리운 엄마의 기일이었다.


“엄마, 잘 보고 있지? 우리 이렇게 행복해.

엄마 말대로 실망하지 않고 내 행복을 잘 지켜가고 있어. 앞으로도 그럴 수 있게 나를 잘 봐줘. “

22.10.29-30 엄마의 다섯번째 기일을 기념하며 떠난 우리 가족 여행, 너무나도 예쁜 우리 엄마의 외손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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