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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부하는엄마 Sep 09. 2020

[프롤로그] 엄마, 공부를 시작하다

학령기 아이를 둔 엄마라면 누구나 '아이의 교육'에 대한 고민을 한 두 개씩 가지고 있을 것이다. '건강하게만 자라 다오~'바라던 영유아기가 지나고  빠르면 유치원 입학, 늦어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서는 아이의 학습에 대해 신경을 쓰기 시작한다. 


내가 아이 교육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기 시작한 것은 아이가 다섯 살 되던 무렵이었다. 유치원에 입학하는 다섯 살 무렵부터 가까운 지인들은 아이에게 한글, 영어, 연산, 사고력 수학, 과학, 한자, 체육(축구, 생활체육, 줄넘기, 태권도, 검도), 미술(종이접기, 클레이), 악기, 요리 등 각종 사교육을 시키기 시작했다. 그 방식도 학원, 학습지, 그룹과외, 문화센터 등으로 다양했고 교육비도 천차만별이었다. 

 

워킹맘인 데다 12월생의 늦된 남자아이를 둔 나로서는 '학습'보다는 '또래 아이들과 비슷한 성장(발육)'과 '아이와의 시간'이 항상 우선이었기 때문에 사교육이라곤 '축구교실'만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나와 뜻을 함께했던 친구들도 하나, 둘 영어유치원으로 발길을 돌리고 사교육을 시작하니 '나만 현실 파악을 못하고 있는 건지' 불안해졌고 그때부터 여러 고민에 휩싸였다. 

 

충분히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들까지 '육아가 힘들다', '워킹맘이다'는 핑계로 사교육 업체에 일임하는 엄마들의 태만함이 불편하다가도, 집에서 아이와 씨름하다 보면 불쑥 '엄마가 선생님 역할을 하는 건 무리야'는 생각이 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릴 때부터 뛰어난 아이로 '세팅'하고자 하는 엄마들의 욕망이 역겹다가도, 하고 싶은 대로 아이의 (사)교육을 지원해줄 수 있는 그들의 경제력을 부러워하는 내가 속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아이의 갖가지 사교육 커리큘럼과 학원 레벨을 자랑하는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다가도 '정말 좋은가?' 싶어 되돌아 검색해보는 나의 이중성에 흠칫 놀랐고, 엄마 주도적 학습이 아이에겐 소리 없는 폭력이라 여기면서도 아이에게 선택과 결정을 맡기는 것 역시 '내 아이는 다른 아이와 달라'라는 교만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 염려되었다. 수개월간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보니 이러다간 내 불안이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 같았다. 그래서 찾은 대안이 바로 '공부'였다.


먼저 불안의 실재인 사교육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했다. 영어유치원이나 유명학원 설명회를 방문하여 그들의 교육 커리큘럼에 대해 알아보고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학원에서 사용하는 교재나 학습지를 구해서 꼼꼼히 살펴보았다. 그렇게 1년 여간 사교육 기관들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파악하고 나니 '아, 유명한 학원들도 별 것 아니구나' 싶었다. 잘못된 교육정보와 불안 마케팅으로 영업하는 학원도 가려낼 수 있게 되었다. 

 

사교육에 의존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 아님을 알았으니 이제 나는 아이를 어떻게 교육시켜야 할까? 나는 그 답을 전문가들의 '책'과 '강연'에서 찾기로 했다. 각종 육아서/교육서를 닥치는 대로 읽으며 관련 강연들을 찾아다녔다. 그 무렵 나는 운 좋게도 교육 관련 기관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는데 그 덕에 평소 만나기 어려운 훌륭한 교육전문가들을 만나 직접 취재할 기회도 얻기도 했다. 처음 2년간의 이러한 공부는 아이 교육에 대한 나름의 방향성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가족이 함께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이끌어준 계기가 되었다. 

 

여기에서 아이 교육에 대한 고민이 "쨘~!" 하고 끝나면 좋겠지만 아이는 계속 자란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의 공부를 도와주려니 이번엔 직접적인 학습지도와 관련된 방법론이 궁금해지더라. '또래 엄마들과 이러한 내용을 함께 공부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던 찰나, 좋은 인연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렇게 다섯 명의 엄마들은 한 달에 두 번 모여 독서지도, 글쓰기, 성교육, 창조성, 핀란드/미국/프랑스 교육, 신문 활용 교육, 하브루타 교육 등 관심 주제에 관한 책들을 읽고 관련 내용들을 함께 토론해나갔다. 처음엔 우리나라의 입시제도와 교육과정을 이해하고 아이의 학습을 과목별로, 주제별로 어떻게 이끌어주는 것이 좋을지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어느새엄마들 모두 인류가 쌓아온 지식체계에 대한 호기심이 싹트기 시작하여 이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이외에도 '역사 하브루타 스터디'와 '고전 읽기 모임'을 이끌고 있는데, 이렇게 엄마가 되어 새로 시작하게 된 공부를 5년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얼까? 스스로를 되돌아보니 그건 바로 '아이와 함께 공부하고 사색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작은 소망 때문인 듯하다. 


'아이가 어떤 삶을 살길 희망하느냐'에 대한 부모의 가치관은 '아이를 어떻게 교육시킬 것인가'라는 교육관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나는 아이가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올바른 판단과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하고 바란다. 이를 위해 아이가 인간이 이제껏 맞닥뜨린 문제를 해결하며 쌓아온 지식들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공부를 하길 바란다. 그리고 그것들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책임감과 인내심을 기를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그렇다. 이 원대한 바람의 첫걸음은 다름 아닌 엄마의 공부였다. 

이런 엄마의 바람을 아는 듯, 아이는 (고맙게도) 엄마와 공부하는 것을 즐긴다. 호기심에서 비롯된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함께 책을 읽고 전문가의 강연을 들으러 간다. TV나 게임보다는 가족 스포츠를 즐긴다. 박물관과 미술관 관람, 음악회 감상을 좋아한다.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배움과 세상을 연결해서 생각한다. 

그렇게 아이와 나는 이제 함께 공부한다. 그리고 그것은 하루하루의 큰 즐거움이다. 


내가 과거에 그랬듯 아이 교육에 대해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분들이 있다면 공부를 시작해보길 권하고 싶다.

무엇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에 대해선 앞으로 친절히 안내해 드릴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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