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교육에 관심 있는 엄마들에게 가장 먼저 권하고 싶은 것은 ‘교육과정’에 대한 공부이다. 엄마가 아이의 연령·발달단계에 따라 공교육에서 무엇을 얼마나 배우는지 알고 있으면 불필요한 선행이나 사교육 없이 아이 학습을 지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개 언론에서 교육과정이나 교과서 개정 소식을 들으면 그 때만 잠시 뉴스를 찾아보고 마는데, 아이의 학습을 올바르게 이끌어주고 싶다면 국가교육과정정보센터(http://ncic.go.kr)에 방문하여 우리나라 교육과정을 꼼꼼히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우리나라 공교육은 법률 제 15950호, 교육기본법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공교육의 목적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 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데 이바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초등교육 6년, 중등교육 3년을 의무교육 기간으로 정하고 공교육 운영에 관한 학교의 종류, 교육기간, 교육목적과 방침, 입학과 졸업의 기준, 교육과정과 교과, 학교운영에 관한 기본 사항 등을 모두 법률로 정해두었다. 이는 우리나라 근대교육이 서구의 전통을 일본을 통해 수입, 시행되며 나타난 양상으로 그로 인한 문제점은 일단 논외로 두기로 한다.
먼저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은 국가의 정치경제적 상황과 고용시장,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상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 공교육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국가의 발전과 경쟁력 강화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을 시작으로 세계화가 급속화되자 1992년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글로벌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 영어교과가 신설되었고, 이번 2015 개정에서는 4차 산업 혁명으로 대표되는 미래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초·중등 교육과정에 소프트웨어 교육이 추가되고 고등학교에선 문·이과 통합 공통과목이 도입되기도 했다. 교과목뿐만 아니라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역량을 함양시키기 위해 교수법과 평가방식도 개선된 상태다. 앞으로 사회의 변화속도는 점차 가속화될 테고 그에 따라 교육과정 개정 주기도 더 빨라질 거라 예상된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의 교육에 관심이 있는 부모라면 평소에도 우리가 사는 사회의 변화상, 특히 산업과 고용시장의 변화에 대해 관심을 놓지 않길 권하는 바이다.
국가교육과정 정보센터에서는 시대별(차수별), 학교별, 영역·과목별 교과과정 정보를 모두 열람하고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과목별로 성격, 목표, 내용체계 및 성취기준, 교수법 및 평가방향까지 상세하게 나와 있어 학년별로 아이가 갖추어야할 학습 역량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 때 학습 내용을 중심으로 그와 연계한 책읽기, 체험, 여행 등을 계획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해당 학습을 통해 아이가 익혀야할 역량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각 교과의 학습내용을 파악한 뒤 해당 학년에서 가장 중심적으로 수행해야하는 활동과 과업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현재 배우는 모든 지식들은 인류가 역사적으로 부딪혀온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얻은 축적물로, 인류의 지식이 쌓여가며 그 패러다임은 지속적으로 변해왔다. 결국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워야하는 것은 지식 자체보단 지식을 탐구하여 얻는 방법, 즉 인류가 문제를 해결해온 과정인 것이다.
교육과정은 단순히 학습 내용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을 둘러싼 교육환경 - 공간 환경, 교구나 학습준비물, 학교 내 시설, 급식과 먹거리 등-을 모두 포함한다. 이 규정은 2007 개정 교육과정부터 적용되었는데 교실 내에서 활동중심의 교육과정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그에 필요한 교구나 학습 준비물은 학교와 시도교육청에서 지원해주고 있다.
다음으로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초·중등 공통교육과정 체제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이는 초등학교 교육과정이 중등목표달성을 목표로 역순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로 인해 일부 학년의 교과목에서 아이들의 발달단계를 넘어선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종종 비판받기도 한다. 교과별 학습내용을 살펴보면 초·중등 9년간은 교과목 학습의 계통성과 연속성이 강하다는 걸 알 수 있는데, 특히 수학과 과학 과목에서 이 특성이 두드러진다. 이로 인해 초등학교 때 학습결손이 있는 경우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중학교에 가서도 학습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많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때 무리한 선행을 하기보다는 아이의 발달수준에 따라 차근차근 중등 목표 달성을 위해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볼 수 있다.
국가 수준의 공통 교육과정은 미취학 시기인 만 3~5세(5세~7세) 유아들에게도 적용된다. 우리나라 유아교육은 교육부 산하 유치원과 보건복지부 산하 어린이집으로 이원화가 되어 있기 때문에 지역, 기관, 개인 간의 교육 편차를 줄이기 위해 ‘누리과정’이라는 공통 교육과정을 시행 중이다. 특히, 누리과정의 내용체계는 초등학교 교육과정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기에 초등학교 진학 시 아이들이 학습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2015 초중등 교육과정 개정에 맞추어 누리과정 역시 2020년에 새로이 개정되었다.
이제까지 아이가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무얼 배우는지 무관심했던 엄마라면 이번 기회에 국가교육과정정보센터를 방문해보길 권한다. 교육과정은 자녀가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기 위해 배워야할 최소한의 지식과 태도가 무엇인지 말해준다. 초중등 9년의 교육과정을 정확하게 알고 있으면 적어도 불필요한 선행이나 사교육의 유혹을 이길 수 있고 학교 공부와 연계한 독서, 체험, 그리고 여행 등을 계획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무엇이든 제대로 알면 불안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