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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부하는엄마 Feb 13. 2021

[번외편] 클럽하우스, 난 네가 불편하다.


국내에서 '클럽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건 2월 첫째 주부터였던 것 같다. 처음 이 앱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데니스홍 박사의 SNS(그가 가입했다고 올린 포스팅) 덕분(?)이었는데 갑자기 기사화되기 시작하더니 지인들과의 카톡방에서도 핫하게 언급되더라. 궁금증에 계정을 만들러 갔다 K님으로부터 nominated되어 즉시 가입할 수 있었고 오늘까지 닷새 정도 열심히 사용해봤다. (물론 speaker로서의 경험은 한 번 뿐이지만;;)


짧은 기간이지만 사용하면서 든 생각은... 글쎄, 그리 기분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이 SNS의 가장 큰 특징은 △ 지인 기반(초청으로 가입가능한) 네트워크라는 것과 △ 실시간 오디오 기반 서비스라는 점인데, 이런 특징이 어떤 이에겐 장점으로 느껴지겠지만 나에겐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이 앱은 기본적으로 '소외'와 '배제'를 디폴트로 한다. 초대받아야만 가입이 가능한 절차는 이용자에겐 '주류에 속했다는 우월감'을 비이용자에겐 '주류에 끼지 못했다는 소외감'을 느끼게 한다. 이미 앱을 가입한 이용자일지라도 대화방 내에서 다시 Moderator와 Speaker, Listener로 그 역할이 나뉘는데 유명한 셀럽일수록, 오프라인 인적 네트워크가 두터울수록 발언'권'을 갖게될 가능성이 크다. 오프라인의 Popularity-based Hierarchy를 그대로 재현하고, 나아가 더욱 강화하는 구조다. (*물론 많은 SNS가 개인의 인지도, 유명도에 따라 운영되지만 클럽하우스에선 발언권 자체도 모더레이터로부터 얻.어.야.한.다.)


이미 발빠른 인플루언서들은 클럽하우스에서 자신의 유명세를 공고히 하기 위해 클럽을 오픈하고 정기적으로 손님을 맞고 있더라. 이렇게 새로 맺은 인적 네트워크를 인스타그램같은 다른 SNS로 확장시키고 오프라인 사업으로 연결하기도 한다. 몇몇 연예인들은 깜짝 팬미팅을 열거나 라디오 프로그램처럼 정기적인 클럽을 운영하고 있고... 유명지식인이나 기업 운영자들은 Closed meeting을 열어 그들만의 오디오 미팅을 진행하기도 한단다.



지인 기반 네트워크다보니 위의 과정에서 서로가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추후엔 가짜 계정·광고계정으로 활동하는 이들도 생길 수 있지만 대부분의 실이용자는 평판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앱이용자 프로필에는 누구로부터 초대를 받아 nominated 되었는지 드러나고 그 계보를 따라가다보면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도 모두에게 노출된다. 때문에 자신의 초대장을 누구에게 줄 것인지도 신중하게 결정할 수 밖에 없겠더라.


이를 앱 이용자들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장점으로 여길 수도 있지만, 나도 모르게 인간관계를 도구화하고 자본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위험을 자각해야 한다.


실시간 오디오 기반 서비스라는 점에선 반가움과 걱정이 교차했다.

라디오나 팟캐스트 애청자였던 나로서는 그 대체제로 지식인이나 연예인들이 오픈한 클럽의 대화를 청취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엿'든는 느낌을 지울 순 없었다. 대화를 들려주긴 하지만 발언할 권리는 주지 않는 애매한 관계 설정은 그 자체가 차별이기 때문. (발언권을 얻고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내 성향 탓이기도 하다)


또한 실시간으로만 참여할 수 있기에 Heavy-user의 경우 앱 의존성이 더욱 강해질 듯 하다. 기록되지 않고 녹음되지 않는 시스템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도 하지만 폭력적 언행의 흔적도 지워버리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겠다.



얼마되지 않은 사용경험에도 이렇듯 많은 생각이 든건 아마도 기존의 SNS 사용경험에서 느낀 문제점들이 클럽하우스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일테다.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그것이 우리의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에 큰 영향을 끼치고 공동체의 안녕보단 갈등을 불러일으킨다는 걸 이미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는가? (비이용자의 경우에도 그것으로 인해 일어나는 산업·사회경제적 변화, 사람들 인식의 변화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기에 안심할 수 없다)


이제 막 인기를 끌기 시작한 앱이기 때문에 아직 그 미래를 전망하긴 어렵지만 Founder들이 앞으로 어떤 비전을 가지고 이 사업을 이끌어갈지 유심히 지켜보긴 해야할 것 같다.

어쨌든 난 네가 아직은 조금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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