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16
작고 싱그러운 걸음으로 저기 가는
꽃잎을, 머리칼 펄렁이는 나비를 뒤쫓는다
사월에는 나를 찾아오는 기척이 잦다
누군가는 하얗게 잊었을 고열의 날들
나는 이맘때면 이마에 손을 슬쩍 올려둔다
비가 쏟고
쏟은 비가 채 마르기도 전에
친구들을 위해 흘린 눈물이 있다
미처 잠그지 못한 수도꼭지처럼
하염없이 뚝뚝 떨어지는 파란 울음이
이천십사 년 사월부터 쉼 없이 울렁거린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의 삶을 택했으니
어쩌지 못한 죽음을 오랫동안 기억한다
멋쩍은 눈꼬리에는 아무것도 마르지 않는다
그들의 조금 이른 여행은 끝나지 않을 것이기에
나는 무엇이든 받아 적을 준비를 하고 있다
무너지듯 내뱉는 그들의 그리움도
겨울처럼
숨죽였던 사랑들의 벅차오른 마음도
전할 도리 없는 안부를 구름 위에 새길 것이다
기약 없이 흘러가다 그들에게 닿게끔
샛노란 꽃도 두어 송이 꺾어다 올려둘 것이다
한낮마다 온 세상이 노란색으로 밝게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귀한 답장은 이곳 말고
그대들 사랑하는 이들의 꿈속으로 부치기를
하얀 별이 수만 갈래로 녹아내린다
오늘은 허락된 날이기에
많은 그리움이 발 빠르게 움직여 줄 것이다
봄과 비와 그리움과 샛노란 꽃, 하태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