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듬뿍 차오른 날들
사랑하는 당신과 함께하는 일상에는 배를 잡고 스러지듯 웃게 되는 순간이 하루에도 열댓 번은 들어있습니다. 남들의 눈에야 별 시답잖은 대화와 몸짓으로 보일 수 있는 이야기인들, 그게 또 나에게는 미움 하나 없는 행복으로 와닿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자기 자신이 가장 웃긴 것 같다는 당신의 그 말처럼, 나 또한 당신이 내게 건네는 말과 행동이 웃기기로는 단연 으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웃음으로부터 파생된 행복은 꼭 영원하기라도 할 것처럼 시시때때로 눈앞을 펄럭이며 날아다니고는 합니다.
당신이 유명 만화영화 주인공의 성대모사를 하는 것도, 다음 날이면 기억하지도 못하는 잠꼬대를 무섭도록 또렷이 하는 것도, 밥을 잔뜩 먹고서 이만큼 솟아오른 배를 자랑하듯 내보이는 것도, 작디작은 키로 이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너무 버겁다며 투정 부리는 것도, 기쁜 일이 있을 때마다 몸을 꿈틀거리며 추는 귀여운 춤도 내게는 전부 주워 담듯 급히 가지고 싶은 귀한 모습입니다.
하나 납득이 조금 가지 않는 건, 우리가 동시에 포복절도를 하고야 만 순간을 신이 나 헤실헤실 웃으며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보면, 대부분 딱히 흥미롭지 않다며 미적지근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하나같이 ‘끼리끼리 잘 만났네’라거나 ‘아주 천생연분이야 그래’와 같은 말을 내뱉고는 합니다. 나는 그들이 말하는 끼리끼리와 천생연분이라는 말이 왜 그렇게 듣기 좋았던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사랑을 자명히 인정받은 것만 같았습니다. 우리가 가진 사랑이 고유성을 띠고 있다는 말인 것만 같았습니다. 꽤 특별하다고요. 아무래도 우리가 우리의 사랑을 한 올 한 올 촘촘히 엮어 잘 가꿔낸 모양입니다. 그렇기에 맞닿는 모든 면에서 경쾌한 박수가 웃음의 형태로 터져 나오는 게 아닐는지요. 남들은 결코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공기의 흐름을 동시에 들이쉴 수 있는 게 아닐는지요.
당신과 함께 시간 가는 줄 모르고서 웃고 떠드는 것만큼이나, 당신의 앞에 가만히 앉아있는 순간 또한 사랑하고 있습니다. 울 것 같은 얼굴로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당신 앞에 새것의 편지지로 놓이고 싶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 한 몸 넓고 반듯하게 펼쳐 줄 테니, 당신의 일순간을 어지럽히는 그 생각들을 모두 내게 옮겨 적으라 말하고 싶었습니다. 느리게 느리게 쓰여도 괜찮으니, 전부 내게 옮기고서 편안함에 이르러라 하고 싶었습니다.
그만큼이나, 아프고 무너지는 건 모조리 내가 다 하고 싶을 만큼이나 나는 당신에게 드리운 슬픔이 밉습니다. 당신의 슬픔이 내게 유독 아프고 희귀하게 여겨지는 건, 아마도 당신이 가진 그 웃음이 지나치게 화창한 탓일 겁니다. 꼭 백일홍처럼 마냥 좋은 어린아이의 천진한 웃음인 탓입니다.
언제까지고 우리는 눈물이 찔끔 나올 만큼 우스운 순간에 자주 놓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슬픔이며 아픔이며 외로움이며 하는 미운 감정들보다, 기쁨과 행복이 늘 앞장선 사랑이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흐른다 해도, 당신의 그 섬광처럼 번쩍이는 웃음에 동참하고 싶습니다. 사실 나는 당신과 함께 배를 잡으며 스러지듯 웃는 그 순간보다, 찰나에 목격되는 쨍한 당신의 웃는 얼굴이 훨씬 더 좋습니다. 별자리를 살피듯 기대에 찬 눈으로 그 웃음 마주하는 것이 무척이나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