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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태완 Apr 21. 2020

당신이 떠난 죽고 싶던 그해 여름

죽음은 늘 가까이에 있다

죽고 싶던 그해 여름 나는
꼬막을 먹다 말고 죽고 싶다 말했고
술상 하나 사이에 두고서 당신이 있었다

너는 죽지 말아라 종일 읊조리던 당신은
삶의 이유 부재 따위를 냅다 등에 이고
먼저 이 세상 너머 그늘진 자리로 떠나갔다

눈 부릅뜨는 법 잊은 채
가만히 누워있는 당신 파란 손목에는
입술만큼 두툼한 붉은 띠 하나가 있었고
그것은 점차 입술처럼 게슴츠레 벌어지더니

죽지 말아라 죽지 말아라 너는 했다

희망인 듯 쓸데없이 자주 드리우는
당신 생각 저 멀리 떨쳐버리던 가을
귀뚜라미 날갯죽지 비벼대는 음률이
내겐 죽지 말아라 죽지 말아라 너는 하는 듯했다

문득 당신 얼굴 떠올리려 애쓰던 겨울
눈발이 바닥으로 삶처럼 투신하는 소리가
내겐 제발 죽지 말아라 너는 하는 듯했다

뭔 놈의 빌어먹을 개자식이
끝까지 저는 되고 나는 안 된다고
일 년 내내 나 하나만 졸졸 따라다니며
한해살이풀 걱정하듯 안절부절못하나

죽고 싶은 올해 봄 나는
그래도 나 죽지 않고 살아 볼 테니
이제는 맘 편히 눈 감으라 당신에게 말했다
_
<당신이 떠난 죽고 싶던 그해 여름>, 하태완
2020. 4. 15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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