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봄의 시선
짙은 초록보단 맑은 연두색을 좋아한다
완연하고 강단 있는 생명보단
미숙하고 여린 목숨을
더 애틋이 여기는 탓이다
그러는 당신은 무엇에 더 마음이 가느냐
검푸른 눈동자 하고서 슬쩍 물었더니
나는 무엇보다 당신이
그저 당신이 좋습니다 했다
잔뜩 무안해진 나는
그리 답하면 서론만 길게 늘어놓은
내가 무엇이 되느냐고
입술을 사방으로 삐죽이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당신이
무엇이 되면 어떻고
또 안 되면 어떠하냐
초봄, 새순처럼 옹기종기 모인 치열 보이며 웃었다
사랑에는 이유가 없고
이유가 없어야 사랑이라는 법칙이
지천으로 묻어나는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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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초록보단 맑은 연두색을>, 하태완
2020. 4. 17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