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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태완 Apr 30. 2020

정말이지 실컷 울었다.

이유조차 알지 못한 채

  정말이지 온몸이 부들부들 떨릴 만큼 실컷 울었다. 권나무의 ‘LOVE IN CAMPUS’를 들으며, 어느 여행가가 SNS에 올린 청록의 대나무 숲을 보며, 창밖으로부터 불어오는 출처가 불분명한 흙내음을 맡으며 어떻게 손 쓸 수조차 없을 만큼이나 울어댔다. 이는 결코 절망적인 슬픔은 아닐 것이며, 감격할 만한 기쁨 또한 아니라는 것을 안다.

  이미 붉은 내색 하나 없는 검정으로 뒤덮였을 심장의 혈관 하나가 갑자기 터진 듯했다. 말 그대로 삽시간이었다. 이러한 사태의 진원지를 찾아내고자 이 글을 쓰기 시작했으나, 이런 나조차도 도무지 울음의 원인을 찾아낼 수가 없다.


  정말이지 실컷 울었다.


  숨이 모자라 입을 벌리고 헐떡헐떡 소리를 내야 할 만큼 실컷 울었다. 한 점의 부끄러움도 모르고서 실컷 울어댔다.

  점차 열기를 더해가는 날씨가 그해 여름을 저기서부터 불러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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