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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태완 Mar 02. 2021

봄의 허락

2021. 3. 1


봄의 손끝이  귓등을 간질입니다.
당신의 화사함은 전년보다 풍성하고요.

더없이 만개한 당신의 향기가 번져요.
꽃가루처럼 사방으로 흐르는  내음에
나는 연신 재채기를 해댔습니다.

얼굴은 하나도 찌푸리지 않았고요.
혀끝에서 연둣빛 새순이 돋기 시작합니다.

병색이 짙던  납빛 심장이 당신 있는 곳까지
꼬리를 펄떡이며 별안간 냅뛰기 시작해요.
추락하던 나를 당신의 음성이 구원하고
파릇한 만물이 죄다 우리의 맞닿음을 축복합니다.

봄이라서 그런다는 익살스러운 핑계를 
당신의 속눈썹에다 슬쩍 걸어두고서
당신의 눈동자 근처를 유심히 들여다봅니다.

 어여쁜 얼굴에 오목조목 나열된
눈이며 코며 입이며 하는 것들의 
맺음새가  좋다는 말을 쪽지에 적어요.

봄이라서 그랬다는 변명도 
쉬이 통할  같은 하늘입니다.
왠지 당신의 어지러운 새벽을 기습해
보랏빛 입술이라도 맞춰야   같은 계절입니다.

 지난 생으로부터 출발한 향긋한 사랑이
당신으로 하여금  나로 하여금
서로의 몸통을 관통케 하는 수려한 봄입니다.

<봄의 허락>, 하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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