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지 못한 답장 04
2025년 12월 24일 수요일 / 흐림
설렘 가득한 크리스마스 이브, 우리 효아는 반짝이는 하루를 시작했어요✨
오늘은 우리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크리스마스 행사로 분주한 하루를 보냈답니다.
처음 만난 산타 할아버지의 모습에 효아는 조금 긴장한 표정을 보였고,
할아버지께서 안아주시자 순간 울음을 보이기도 했어요.
낯선 만남 앞에서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는 모습이 참 사랑스러웠답니다.
이어진 작은 발표 시간에는 음악 소리와 반짝이는 조명 속에서 잠시 긴장하는 듯했지만,
이내 마라카스를 흔들며 무대를 즐기는 모습으로 바뀌어 모두를 미소 짓게 했어요✨
우리 효아에게 첫 크리스마스의 추억이 따뜻하고 즐거운 시간으로 남았기를 바라며,
사랑과 행복이 가득한 포근한 크리스마스 이브 보내세요~!
선생님, 어제는 눈이 포슬포슬 진눈깨비가 내리는 날이었기에 유난히 오늘이 기다려졌습니다. 눈이 푹푹 쌓인 새하얀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이하는 효아의 모습을 상상했거든요. 기대와 달리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꽤 포근한 날씨 덕분에 이것도 나름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하루의 시작이었습니다. 효아의 첫 크리스마스는 생후 100일이 채 되지 않은 신생아 시절이어서, 그때의 저희 부부는 크리스마스가 주는 설렘을 온전히 느낄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크리스마스는 조금 더 또렷하게 다가왔습니다.
첫 크리스마스는 잘 꾸며진 카페에서 겨우 기념 사진 한 장 남기는 정도였지만, 이제 제법 커버린 효아는 어디에서건 반짝이는 전구들로 잔뜩 꾸민 트리를 볼 때마다 세상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뚫어지게 바라보며 두 손을 좌우로 짤랑거리고 있었어요. 마치 '아빠, 별빛처럼 반짝거리는 나무가 있어요'라고 말해주는 것 같더라고요. 아마 세상 어느 아빠라도 자기 자녀의 그런 순백의 표정을 마주하면 순식간에 무장 해제가 될 수 밖에 없을겁니다.
그래서 아내와 저는 크리스마스 컨셉에 맞는 트리 모양의 드레스와 루돌프 머리핀으로 귀여운 코스튬을 준비하고 이 날만을 기다렸습니다. 효아가 산타를 처음으로 맞이하는 첫 크리스마스이니까요. 효아가 볼까 봐 효아가 잠든 새벽에 조심조심 강아지 인형을 포장하던 순간을 다시 떠올리면, '아, 나에게도 이제 부모의 크리스마스가 시작이구나'싶어 괜히 웃음이 나옵니다. 털이 복실복실한 인형을 좋아라하는 효아에게 주는 이 리트리버 인형이 저희 부부가 준비한 첫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것도 의미가 깊네요.
선생님께서 남겨주신 사진 속 효아는 생경한 풍경 앞에서 벙찐 표정이었고, 생애 첫 공연에 잔뜩 얼어 있는 모습은 보는 내내 웃음을 참기 어려울 정도로 귀여웠습니다. 특히 산타 할아버지 분장을 한 선생님 옆에서 선물을 들고 찍은 사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아기 예수의 탄생도, 크리스마스의 의미도 모를 14개월 차 효아보다, 그 날의 의미를 핑계삼아 선물을 준비하고, 이벤트를 꾸미고, 사진을 남기는 어른들 쪽이 더 설레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고요.
아기 천사들의 동심(童心)을 지켜준다는 이유로 각자의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모든 어른들의 마음을 조심스레 들여다보면, 어쩌면 우리 모두가 잠시나마 자기 안의 동심(童心)으로 돌아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크리스마스에 받는 진정한 선물은 어쩌면 어른과 아이들이 같은 마음(童心)으로 순수한 행복을 즐기는 그 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역시 이 답장은 보내지 않겠지만,
선물 같았던 오늘을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눈은 오지 않았지만,
충분히 포근했던 크리스마스 이브였다고.
- 효아 아빠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