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새의 이소 이야기

보내지 못한 답장 03

by 박탱커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박효아의 알림장>


2025년 6월 17일 화요일 / 보슬비


안녕하세요~

사랑스런 우리 효아의 알림장으로 첫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효아와 함께 멋지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교사 OOO 입니다~


오늘은 우리 효아가 엄마와 현관에서 헤어져 첫 등원한 날이었어요~

선생님 품에 안겨 웃는 모습에 너무나도 기뻤어요~

등원을 한 후 문쪽을 바라보며, 엄마를 찾는 듯한 눈빛도 있었지만,

선생님과 놀잇감에 관심도 보이며 안정적으로 적응하는 모습이 많이 많이 기특했어요~

효아 최고! 최고!�


간식도 자리에 앉아 처음 먹는 타락죽을 오물오물 거리며 5~6번 먹고는 더이상 먹지 않았어요~

놀이활동으로 선생님과 함께 기저귀를 탐색하는 시간도 가졌어요~

효아는 아직 기저귀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기저귀 그림과 색연필에 관심을 보이며 생애 첫 끼적이기도 해보았답니다.

종이를 바라보고 색연필을 잡아 보려고 하는 순간 순간이 모두 감동이었어요♡


우리 효아가 어린이집 생활에 천천히, 하지만 씩씩하게 적응해 가는 모습이 너무나 대견합니다!

내일은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네요.


가정에서도 오늘 있었던 재미난 일들 많이 이야기 나눠주세요!

사랑스러운 우리 효아 내일도 힘차게 응원해 주세요�


까꿍판에 가족사진을 넣을려고 해요!

엄마, 아빠, 효아 가족이 모두 있는 사진 한 장 톡이나 알림장으로 보내주세요~

아이들이 까꿍! 하며 즐겁게 놀이할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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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아침마다 소란스럽게 준비해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일이 제법 자연스러워졌지만, 효아를 처음 어린이집에 보내고 돌아오던 그날을 아내와 저는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병원에서 조리원으로 옮기던 날, 너무 작은 아기새 같던 효아를 겉싸개에 싸고 운전면허 시험을 볼 때보다 더 긴장한 마음으로 핸들을 잡았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데, 벌써 어린이집을 준비해야 할 만큼 시간이 흘렀다니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어린이집 입소를 결정하고 나니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기대보다는 걱정이 먼저였고, 설렘보다는 망설임이 앞섰습니다. 아직은 너무 작은 건 아닐까, 조금만 더 곁에 두어야 하는 건 아닐까, 같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배냇머리가 송송 자라 이제 겨우 사과 머리가 가능한 정도인, 아직 볼과 허벅지에 젖살이 포동포동하게 남아있는 효아는 저희 부부의 눈에 역시 너무 조그만해 보였거든요.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잠시나마 육아에 대한 전원 스위치를 꺼둘 수 있다는 사실이 솔직히 말하면 꽤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24시간 내내 효아 곁을 지키며 1분 1초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채 버티듯 지나온 시간 들의 연속이었는데, 아주 짧은 휴식이 허락되는 느낌이랄까요. 글쎄요. 맞는 비유일지는 모르겠지만 뭣 모르고 군대에 들어와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이제 막 군인의 티가 조금 나기 시작하는 이등병에게 주어지는 100일 휴가의 맛이 느껴졌습니다. 책 한권 들고 무작정 들어간 카페의 공기가 달더군요.


예전에 TV에서 아파트 베란다에 둥지를 튼 아기 부엉이의 이소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서툰 날개짓 끝에 혼자 힘으로 둥지를 떠나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는데, 부모가 되고 나서 다시 떠올려보니 그 장면에서 놓치고 있던 것이 있었어요. 바로 멀찍이서 그저 지켜만 보고 있던 부모 부엉이의 마음이요. 새끼의 성공적인 이소를 위해 다가서지 못하고, 도와주지 못한 채 위험한 순간마다 가슴을 졸였을 그 마음 말이죠.


부엉이와 다르게 효아의 이소는 하루 이틀에 끝나는 일이 아니라 아마도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이어지겠지요. 그리고 그 곁에서 아내와 저는 당황하고, 뿌듯해하고, 기특해하다가도 문득 서늘해지는 마음을 수없이 반복하게 될 것 같습니다. 어린이집 첫날은 효아에게도 처음이었겠지만, 아내와 저에게도 분명 처음인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하루를,

여기에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효아의 이소 여정의 첫날을,

그리고 부모 부엉이가 된 우리의 첫날을.


- 효아 아빠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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