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복직

보내지 못한 답장 06

by 박탱커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박효아의 알림장>


2026년 1월 6일 화요일 / 맑음


상큼한 화요일 아침.

효아는 차분한 미소와 함께 등원하며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했어요~!


오전 간식으로는 고소한 호두죽을 냠냠~

맛있게 잘 먹고 든든해진 몸으로 즐거운 오감놀이 시간을 가졌답니다!


오늘은 ‘친구와 함께 목욕 놀이’ 오감놀이를 해보았어요~

효아는 아기 인형을 보자 바로 안아보고 아기인형에게 치카치카를 시켜주네요.

인형을 좋아해서 거부감 없이 놀이에 적극 참여하며 재미있게 놀았답니다^^

식혜와 찐계란 놀잇감도 유심히 살펴보며

“이건 뭐지?” 하는 듯한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탐색했고,

맛있는 식혜를 먹는 흉내도 내보며 아주 즐겁게 놀이했어요~!


효아만의 속도로

보고, 느끼고, 익숙해져 가는 모습이

참 사랑스러운 시간이었답니다~!


점심시간에는 기다리며 "맘마"라고 말을 해주었어요.

어느 순간 걷고 한 단어이지만 말도 하며 표현하는 효아가 너무 기특했어요.

생선가스가 너무 맛있는지 “더 주세요~” 하듯 손으로 가리키며 밥을 많이 먹었답니다~! >ㅇ<

냠냠 맛있게 잘 먹고는 기분 좋게 방긋 웃어주었어요.


양치도 쓱싹쓱싹 해보고,

이불 위에서는 포근하게 푹 잠들었답니다.

콧물이나 기침도 보이지 않았고, 컨디션이 좋아 더 깊게 잘 잔 듯했어요.


오늘 복직하시며 평소보다 더 마음이 쓰이셨을 텐데요,

우리 효아는 걸음마가 재미있어 신나게 교실을 오가며,

평소처럼 잘 먹고 잘 놀고 밝은 모습으로 하원했답니다.^^


오늘도 효아의 하루는

사랑과 웃음으로 가득 채워졌어요~!


집에서도 포근한 저녁 시간 보내세요.

내일도 반짝반짝 웃는 얼굴로 만나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오늘 알림장에 올려주신 사진들은 유난히 더 귀여운 사진들이네요! 양머리를 하고 식혜와 찐계란을 먹는 흉내를 내는 효아를 보며, 조금만 더 크면 찜질방에 함께 가서 가족들끼리 오손도손 행복한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즐거운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오늘은 알림장을 읽으면서도 제 마음이 조금 바빴습니다. 오늘의 효아를 온전히 궁금해하기보다는 자꾸 '내일의 효아'를 먼저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네, 아내가 오늘부로 복직을 하게 되어 당분간은 저 혼자 효아의 등·하원과 아내가 돌아오기 전 저녁까지를 책임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써주신 "효아의 하루는 사랑과 웃음으로 가득 채워졌어요~!"라는 문구가 큰 위로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큰 책임감으로 다가옵니다.


1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보내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 아내를 보며 마음이 한 가지로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아이를 두고 다시 출근해야 하는 안타까움과, 공백의 시간을 지나 다시 사회에서 자기 몫을 해내려는 모습에 느껴지는 대견함. 그리고 아내가 육아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받쳐주지 못한 가장으로서의 미안함까지. 그 감정들이 한꺼번에 섞여 올라오더라고요.


유튜브에서 다큐멘터리를 찾아 보는 취미가 있습니다. 언젠가 '동물의 왕국'에서 부모가 된 동물들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홀로 새끼를 키우는 종도 있고, 짝이 협력하는 종도 있고, 무리가 함께 새끼를 품는 종도 있더군요. 그 모습도 다양해서 북극곰은 얼음 위에서 사냥을 가르치고, 펭귄은 교대로 새끼를 품고 먹이를 물어 나르고, 코끼리는 할머니가 앞장서 길을 기억하며 무리가 새끼를 둘러쌉니다.


각자의 환경에 각자의 모습으로 육아를 하는게 재밌기도 하고 처음엔 그저 감탄만 하며 보았습니다. 부모는 종을 막론하고 어딘가 닮아 있다는 생각으로요.


그런데 문득 오늘, 그 날의 영상이 조금 다른 감정으로 다시 떠올랐습니다. 동물들에게는 -적어도 이야기 속에서는- '가르치는 시간'이 보장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포식자에게는 사냥을, 피식자에게는 회피를. 어떤 종은 몇 주, 어떤 종은 몇 년에 걸쳐 새끼가 살아남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붙잡고 가르치는 시간 말입니다. 그 기간만큼은 부모의 역할이 곧 생존이고, 생존이 곧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아기가 아직 사회화라는 말조차 모를 때부터 부모가 다시 노동으로 돌아가야 하더라고요. 아이의 세계가 아직 "엄마"와 "아빠"와 "낯선 사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동안에도요. 아마 우리는 다 그렇게 자라왔기에 이 사실을 슬프다고 말할 틈도 없이 그냥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네, 제가 좀 더 무뎌져야 할 일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 아침, 효아의 신발을 신기며 조금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어린이집 문 앞에서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효아네 가족은 모두 성장해나갈 것이라 믿으면서요.


이 답장은 보내지 않겠지만,

오늘의 다짐과 마음은 여기에 남겨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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