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의 이유
우리가 형형색색 단풍이 물들어 있는 산을 볼 때, 흔히 '아름답다'라고 표현한다. 우리의 눈으로 본 것은 단풍나무가 계절에 따라 잎의 색이 변했을 뿐인데, 어째서 이것은 아름다운 것인가. 그것은 우리가 본 것을 토대로 그렇게 느꼈기 때문이다.
여기서 단풍은 구체적 현실세계로, 아름다운 감정을 느낀 상태는 추상적 개념이라 할 수 있겠다.
정의는 상반된 느낌이지만 사실 구체적 현실세계와 추상적 개념은 서로 상호 보완적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는 '사과'를 보고 '과일'이라 칭한다. 사과는 사과나무의 번식을 위해 만들어진 열매다. 맛이 좋고 영양가가 높아 동물이 과육을 먹고, 맛이 없는 씨는 버리거나 함께 먹고 배설해 그 자리에 사과나무가 자라게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종류의 열매가 사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배, 감, 귤, 포도 등등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들이 있고, 인간이 이를 편하게 분류하기 위해 '과일'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냈다. 이렇게 우리는 과일이라는 개념을 통해 사과를 이해하고 해석하며, 사과를 통해 과일이라는 개념을 검증하고 수정할 수 있다.
또, 물리학은 구체적 현실세계의 자연현상을 관찰하고, 그것을 추상적 개념인 숫자로 표현하고 예측하고 증명한다. 때론 순서가 뒤바뀌어,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이론과 숫자로 설명하고 나니 실제로 그것이 관측되는 일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제시했더니, 그것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에딩턴이라는 사람이 일식을 이용해 태양 뒤에 있는 별 사진을 찍어 상대성 이론을 입증한 사례가 유명하다.
이렇듯, 구체적 현실세계와 추상적 개념은 상호 보완적이다. 우리는 구체적 현실세계를 통해 인식하고 추상적인 개념을 통해 학습한다. 반대로 학습을 통해 더 아름다운 세계를 인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학습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