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이야기
얼마 전 경영 컨설팅에 높은 식견을 가진 교수님 한 분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사업초기부터 그분이 운영하시는 CEO모임에 나가 헤이러너스의 IR 자료를 발표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분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내 회사를 다룬 기사를 올려주시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회사의 흐름을 공유하게 됐고, 최근 상암점을 문 닫고 종로점을 리뉴얼하는 것도 알게 되셨다.
"진대표, 고민이 많을 텐데 정리되면 한번 찾아와요."
두 달 전쯤 내게 해주신 말씀이다.
그리고 얼마 전
그랬더니 교수님께서 내게 바로 전화를 주셨다.
"진대표, 혹시 가게는 계약했어요?"
"건물에서 계약서 준비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려서, 구두상으로만 이야기가 됐고 계약서 작성은 아직입니다."
"오늘 시간 있어요?"
그리고 저녁에 바로 만났다.
교수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지 너무나 궁금했다.
'내가 계약한 건물이 좋은 장소가 아닌가?' , '월세가 너무 비싼가?' , '비즈니스 모델에 문제가 있나?' 등등 온갖 생각을 하며 교수님을 찾아갔다.
그러나 교수님께서 하시려던 말씀은 그런 부류의 것이 전혀 아니었다.
교수님께서 처음 내게 하신 말씀은 요약하자면 이랬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능력이 있다. 진대표의 경우 성우가 그렇고, 투자 능력이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사업은 아닌 것 같다. 지금 진대표는 똑똑한 사람들이 하는 실수를 전형적인 형태로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른바 지적 유희를 매우 큰돈을 들여하는 중인 것이다.
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에서, 하지 않는 것 또한 대단히 큰 능력이다. 새 가게를 만드는데 또 1억 이상의 돈이 들어가는데, 그러지 않는 것을 권한다.
굉장한 충격이었다.
내가 사업가로서의 자질이 없는가, 내가 이걸 계속하면 망하는 게 불 보듯 뻔한가, 그렇다면 난 뭘 해야 하는가 등등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내가 이렇게 이야기해도, 대부분은 보통 그냥 합니다. 그리곤 6개월 후에 찾아와서 '그때 교수님 말씀을 들을걸 그랬어요'라고 들 한다."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내가 처음 뱉은 말은 "아마 저도 할 것 같습니다."였다.
교수님은 그럴 줄 알았다고 하셨다.
"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전략일 수 있다 하셨는데,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전략은 하는 것입니다."
라고 덧붙였다.
교수님께서는, 똑똑한 사람들은 자신을 자극시킬 수 있는 것을 계속해서 찾게 되고, 사업의 경우 지적 자극의 끝에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나 같은 사람들이 그걸 멈추는 일은 망하기 전까지 거의 없다고 하셨다.
1%의 확률정도만 그 케이스를 벗어나 성공하고 99%는 망한다고.
'그렇구나. 내가 전형적으로 망하는 사업가들의 유형에 속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내가 왜 1%에 들 수 없다 생각하시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교수님께선 관계가 틀어질지도 모르는 것을 감수하고도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신 것이지만, 내심 속상했기에 '다음엔 성공하고 만나 뵈어야겠다.' 생각했었다.
교수님께서 무엇을 질문하셔서 내가 대답을 했던 것인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요즘 내가 하고 있는 것을 알려드렸다. 그 대답에는 나의 울분 같은 것도 섞여 있었다. 나는 99%와 다르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나 보다.
대표로서 회사가 돌아가는 것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새벽에 나가, 주방에서 재료 준비 및 김밥 말기부터 시작했다. 그래야 주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전에는 나보다 잘하는 사람을 고용해 효율적인 주방을 만드는데만 신경을 썼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원가율이 왜 이렇게 나오는지 낱낱이 알기 어렵다. 주방일을 전부 알아야 그게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매장에서 판매도 직접 해봤다. 이건 전에도 했었지만, 더 잘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했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위해 고객을 직접 만나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생각했기에.
배송도 직접 해봤다. 이건 매장을 주방과 붙여 만들면 없어질 과정이지만, 기존 운영에서 문제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에 했다.
사업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 때 성공한다 알고 있다. 사람들이 원하는 김밥이 무엇인지 더 잘 알기 위해, 이미 유명한 가게들의 벤치마킹을 직원들과 다닌다. 이제는 가게가 보이면 손님수와 메뉴의 가격을 보고 대충의 매출과 마진이 계산이 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들은 교수님은 "어? 진도가 꽤 많이 나갔는데요?"라고 하셨다. 지난 글에서 썼듯, 내가 왜 이 일이 재미없는지를 고민하고 재미있게 할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내가 대표로서 이 업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라는 것을 알게 되고 알기 위해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이 일이 좀 재미있어지고 있다 말씀드렸다.
교수님은 감탄했다.
조금 전까지 진대표에게 한 이야기는, 그간 진대표에게서 창업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창업가의 모습이 보인다. 알고 지낸 지 1년이 됐지만 우리는 오늘이 D+1이다. 지금까지 한 이야기는 잊어도 될 것 같다. 이제는 마음 놓고 응원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제가 진대표에게 선물을 받은 기분이에요."
그렇게 그날 교수님과 악수를 세차게 하고 헤어졌다.
그렇다.
사업 성공 신화 따위를 보고 들으며, 나도 그렇게 되리라 꿈꿨다.
그리고 경영자로써 멋진 모습을 보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허상이었다.
"지금이 멋있는 겁니다"
교수님이 해주신 말씀이다.
노력은 늘 화려한 결과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먼저 성공한 그들은 피나는 노력을 거듭한 하루가 쌓여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 문장에 예외는 거의 없을 것이다.
멋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더 나아가 거인이 되는 그날까지 정진하겠다.
그러기 위해 내가 오늘 해야 할 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