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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자 만들기

사업이야기

by 레베럽

최근 아침 6시에 눈을 뜨면 더 자고 싶다는 생각이, 이번 달은 공휴일이 언제지?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요즘처럼 아침에 눈을 뜰 때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이 얼마나 있었을까.


현대를 만든 정주영 회장은 아침에 일찍 눈을 뜨며, 그때마다 오늘은 얼마나 일을 재밌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활기 찬 하루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 기분을 나도 느껴본 적 있었기에, 그것이 얼마나 큰 원동력이 되는지 잘 알고 있다. 눈을 뜨는 것 자체로 즐거운 일상. 그걸 누리기 위해선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나에게 얼마나 즐거움을 가져다주는지 잘 알고, 이 일을 통해 성취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과거 성우만 하며 살 때에는, 내가 출연한 광고나 게임등 영상물을 접하면서 성취를 느낄 수 있었고 그 보상 또한 만족스러웠다. 하루 1시간만 일해도 대기업 임원급 연봉과 비슷한 수준의 연봉을 벌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게다가 투자한 주식들은 운이 좋게 잘돼서 자고 일어나면 자산이 꽤 늘어있곤 했다. 그러니 사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 일이었겠나.


4년 전쯤 AI에 의해 내 직업은 사라질 것이란 생각이 든 후부터, 이제는 어떤 일을 해야 내가 진정 행복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 중에 나를 발전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한 루틴이 있다.


아침 5시 반에 일어나 매일 오전 6시 20분부터 10km씩 뛰고 집에 돌아와 찬물 샤워를 하고, 직접 만든 그릭요거트와 신선한 과일과 견과류로 아침식사를 하며, 맑은 정신으로 글을 쓰거나 독서를 하며 보내는 오전시간. 다른 사람이 보면 힘들게 사는구나 하겠지만, 정작 나는 진정 즐거웠다. 매번 더 나아지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건강한 아침식사는 3년째, 러닝은 1년째 (매일이 목표였으나, 아프거나 미세먼지가 있는 날은 안 뛰었음)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두 달 전 사업의 피벗팅을 시작으로 내 오전일과는 깨졌다.


지금 나의 하루는 이렇다.

아침 6시 기상 - 6시 반 출근 - 7시 주방 도착 - 재료 준비 및 김밥 제조 - 아침 10시 매장 이동 - 11시~ 2시 판매 - 2~5시 브레이크타임 (브레이크타임엔 성우일을 하거나, 점심을 먹고 나면 잠시 책을 읽다가 앉은 채 졸곤 한다) - 5~8시 판매 - 8시 반 퇴근 - 9시 집도착 - 잠시 휴식 후 10시 반~11시 취침 [월-금 반복] , 토요일은 대체로 낮엔 회의 저녁엔 자유시간, 일요일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편이다.


사실 평일엔 잠자는 시간 말고는 일한다고 보면 된다. 사업을 하고 싶어서 시작했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건데 왜 나는 쉬고 싶을까? 쉬는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고, 주말엔 쉬면서 왜? 왜 즐겁지 않은가?


브레이크 타임에 가만히 앉아 고민을 해봤다. 결국 이 질문을 다시 해야 했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사업을 통해 나를 성장시키고, 내가 만든 기업으로 국가에 보탬이 되고 싶다.

그 시작으로 이 사업이 좋을 것이라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왜 쉬고 싶은가? 목표에 도달하고자 하는 나의 의지가 약한가?

아니다. 나는 적어도 끝까지 붙잡고 늘어지더라도 결국엔 성공해 낼 자신은 있다.

언제나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찾아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왜?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깨달았다.

나는 성장하지 못하는 느낌을 견딜 수 없다. 군대에 있을 때도 매일 쳇바퀴 돌리는 듯한 일상을 견디기가 힘들었더랬다. 그런 하루하루를 견디는 방법은, 생각을 버리는 선택을 하니 되더라. 그냥 하는 거다. 나에게 주어진 일이니까 그냥 하는 거다. 군대에서는 정말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최근 그런 시간을 한두 달 보내보니 다시금 깨달았다. 나는 그렇게 살 수 없다는 것을.


새로운 매장을 오픈하는데 생각보다 걸림돌이 많았다.

좋은 자리는 매물이 안 나오거나 터무니없이 비싸고, 열심히 찾은 끝에 마음에 드는 건물에 입주하려니 PM사의 브랜드 승인이 필요한데 이게 한 달은 걸리고, 생각보다 권리금도 크고, 인테리어에도 돈이 꽤 들어갈 것 같고.. 내 통장에 그 많던 돈은 어느샌가 사업자금으로 다 사라져 얼마 남지도 않았고..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하루하루는 마음에 안 들고.. 이런 스트레스들이 겹쳐 나의 뇌는 내게 "어차피 매장 새로 오픈할 때까지 할 수 있는 게 없어, 그냥 버텨"라고 명령했나 보다.


앉아서 고민해 보니,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았다.

시간을 쪼개서라도 새로 오픈할 매장에 무엇이 있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결정하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 무엇을 팔 것이며, 어떻게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을 넘어 기분이 좋아지게 만들 것이며, 그런 서비스를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이 큰 질문들을 세세히 쪼개 아주아주 작은 부분까지 섬세하게 다듬어 나갈 때, 비로소 내가 꿈꾸던 매장이 생기는 것이다.


핑계는 있다. 지금의 일과를 소화해내다 보니, 몸이 피곤해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 그대로 핑계다. 하기 싫은 거지 할 수 없는 게 아니다. 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

사실 이걸 몰랐던 것도 아니고, 안 했던 것도 아니지만. 내가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움직일 때다.

사업계획서를 다시 작성하고, 메뉴 개발에 앞장서고, 새로운 인재도 영입해야 한다.

가자!

멍 때리고 있을 틈이 없다.


이 글을 가족이 보던, 친구가 보던, 직장 동료가 보던, 고객이 보던, 모르는 사람이 보던.

나는 내가 한 말을 지키기 위해, 또 노력할 테니.


자신도 모르는 새 감시자가 된,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저는 이렇게 꼼수를 부려 조금 더 정진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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