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이야기
25년 7월 26일
하루에 15시간씩 일을 하다 보니, 체력이 고갈되었다.
고작 2주 그렇게 했는데..
금요일을 마치고 돌아온 주말이 너무나 반가웠다.
드디어 쉴 수 있구나..
그러나 기쁨도 잠시.
재채기와 기침을 연거푸 하더니, 오한이 오기 시작했다.
감기다. 그것도 몸살감기.
평소 감기 같은 건 3~4년에 한 번 걸릴까 말까 한 행사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노동강도로 2주가 지나니, 마라톤 완주했던 체력으로도 버거웠나 보다.
게다가 난 감기 따위로 약을 먹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이 회사에서 내가 아파 못 나가거나, 제 역할을 못하면 회사는 돌아가지 않는다.
더 심해지기 전에 약을 챙겨 먹는다. 아침 점심 저녁. 종합감기약도 먹고, 타이레놀도 먹는다.
그 결과 아주 심해지기 전에 잘 막은 것 같긴 한데.. 코와 목은 콧물과 기침으로 결코 정상이 아님을 알린다.
아직 회사는 적자이기에 내가 월급을 받을 수 없다. 때문에 브레이크타임에 나는 성우일도 해야 한다.
이번 주 내내 성우일이 꽤 많이 있다. 브레이크타임 밖에 시간이 안된다고 녹음실들에 알렸는데도, 내가 필요하다니 고마운 일이지만..
하필 이렇게 컨디션이 안 좋을 때 녹음일이 들어오면, 제 실력을 못 낼까 봐 불안해진다.
게다가 이번 주 녹음의 절반은 게임, 절반은 광고녹음이다.
게임 특성상 소리 지르는 일이 많기에, 녹음 후에 목 상태가 더 안 좋아질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광고녹음을 이어해야 한다면, 목소리가 변질된다.
광고주가 원했던 목소리가 아니란 얘기다.
모든 성우일을 통틀어 미세한 변화에도 가장 민감하게 피드백이 오는 것이 광고인데, 걱정이 안 될 수 없다.
브레이크 타임에 잠깐 차에서 잘 수라도 있으면 체력이 조금은 회복될 텐데, 이번 주는 그것조차 용납되지 않는다. 게다가 월말은 월급이 나가는 날이다. 통장 잔고가 아슬아슬하다.
사업을 하면서 겪는 스트레스가 가볍지 않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고 있기에 불안은 더 커진다.
하지만 잘 견뎌 봐야지.
내가 선택한 길이니.
인생이란 여정에서 이는 아주 잠깐의 과정일 뿐이다.
나는 할 수 있다.
25년 8월 9일
잔기침이 조금 남았지만, 몸 상태는 괜찮다.
일찍 병원을 갔어야 하는데 나의 고집으로 병을 키웠던 것 같다.
감기가 기관지염으로 옮겨갔다니, 주변의 권유를 무시했던 값을 톡톡히 치렀다.
주변의 권유
지난 주말 월말결산 중에 김밥과 떡볶이를 파는 것은 어떤가 하는 의견 혹은 권유가 있었다.
이는 오픈이전 R&D때부터 늘 있었던 논의였다.
내 의견은 언제나 "김밥의 맛을 더 올려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므로 팔지 않는다"였다.
떡볶이나 라면 같은 음식은 그 자체로 너무 강력한 맛과 향이 있기에 김밥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 둘과는 뭘 먹어도 사이드메뉴가 될 뿐이라 생각하기에.
그러나 그날 내 반응은 달랐다.
진지하게 고민이 되는 것이다.
오픈 한 달이 지났는데, 매출그래프가 성장곡선이 아니기 때문이다.
들쑥날쑥을 넘어 여름휴가까지 맞아 오히려 하향곡선에 가까웠기에 조바심이 났다.
이를 타개할 방안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사람들이 김밥과 함께 떡볶이나 라면을 먹는 것은 일종의 문화에 가깝다.
이를 거스르는 것이 생존에 적합한 일이 맞는가?
고민을 정리해 보니 둘로 나뉜다.
1. 브랜드는 해야 하는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안 하는 게 더 중요하다 들었다. 건강하고 맛있는 김밥에 진심인 브랜드가, 김밥의 맛을 해치고 (일반적으로) 오직 맛을 우선한, 건강에 좋지 않은 떡볶이나 라면을 파는 것은 우리가 하면 안 되는 것의 대표적인 일이다.
2. 그러나 브랜드는 생존 위에 쌓이는 것이지, 브랜드를 위해 생존에 유리한 전략을 포기하고 결국 죽어버리면 브랜드 가치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모든 유명한 브랜드는 그들이 생존했기에 가능했고, 실패한 브랜드는 그들이 생존하지 못했기에 실패한 것이다. 그럼에도 생존에 유리한 전략을 포기할 수 있는가?
정답은 없다.
내가 선택한 결정으로 생존에 성공을 하면 그게 정답인 것을 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에 대한 불안은 이 길에 늘 존재할 것이다.
내 결정에 책임을 지고, 그것이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내가 할 일이다.
하지만 아는 것과 그걸 직접 하며 길을 뚫고 나가는 일의 험난함은 견줄 수 없다.
힘듦을 즐겨야지 별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