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이야기
얼마 전 쓴 사업일기에 이런 내용이 있다.
"브랜드는 해야 하는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안 하는 게 더 중요하다 들었다. 건강하고 맛있는 김밥에 진심인 브랜드가, 김밥의 맛을 해치고 (일반적으로) 오직 맛을 우선한, 건강에 좋지 않은 떡볶이나 라면을 파는 것은 우리가 하면 안 되는 것의 대표적인 일이다.
그러나 브랜드는 생존 위에 쌓이는 것이지, 브랜드를 위해 생존에 유리한 전략을 포기하고 결국 죽어버리면 브랜드 가치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모든 유명한 브랜드는 그들이 생존했기에 가능했고, 실패한 브랜드는 그들이 생존하지 못했기에 실패한 것이다. 그럼에도 생존에 유리한 전략을 포기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다음 날 내 행동은 브랜드의 특성을 살리면서 생존에 유리한 전략을 펼치는 것이었다.
안에서 일을 해보니, 지금껏 쌓아온 이미지와 내 생각들을 버릴 수 없었다.
고객에게 우리가 맛있는 김밥을 제안하자. 반반김밥, 2인분 4줄 반반 김밥등으로 타개해 보자.
그렇게 필요한 포장용기를 구매했고, 직원들에게 이것을 진행하면서 고객피드백을 바탕으로 생존확률을 더 높일 방법들을 고민해 보자 말했다. 이러면 적자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다음날.
동업자인 박대표님과 함께 나와 이 회사를 돕고싶다해서 모신 사외이사 2명과 함께하는 자리가 있었다.
그 자리의 목적은 '진대표가 잘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밝히고, 신랄하게 비판하기 위함이었다.
잘하고 있는 것은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왜? 대표는 잘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니까. 듣기에는 잔인한 소리 같지만, 현실은 맞는 말이다. 대표는 열심히가 아니라, 잘해야 한다. 내가 15시간씩 일하는 것은, 회사가 어려우니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잘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적게 일해도 매출이 나오게 만드는 게 잘하는 것이다.
그 자리에서 가장 먼저 나온 이야기는 "회사에 불이 나고 있는데 너무 태평한 것 같다"였다.
회사에 불이 나고 있다 : 이 회사가 현재 겪고 있는 적자의 폭이 결코 적지 않다.
너무 태평한 것 같다 : 무슨 수를 써서든 적자를 개선해야 하는데, 생각하는 것들이 너무나 순진한 것 같다.
의 뜻으로 이야기 한 말이었다.
무엇이 순진한가?
브랜드는 생존 위에 생긴다. "생존하지 못하면 브랜드가 되지 못한다"는 모든 법칙 위에 있어야 한다.
고객들이 김밥에 라면을 원하면 팔아야 하고, 떡볶이를 원하면 팔아야 한다. 그래서 매출이 개선되고 적자를 벗어나게 된다면 그때 브랜딩을 하면 된다. 반줄 김밥, 반반김밥 같은 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김밥이 더 맛있지만, 라면과 함께 먹고 싶어서 다른 매장을 가게 되면 그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고, 개선해야 한다. 당장 화구 개수가 모자라서 라면을 내기 힘들면 컵라면이라도 팔아야 한다. 한강라면 기계라도 사 와서 셀프 매장을 만들던가. 적자인 회사가 수동적이면 시간이 지나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표는 닥치는 대로 매출을 올려 흑자전환할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게 대표다.
말로 신나게 두드려 맞았다.
그들의 말이 모두 맞다.
내 생각은 잘못됐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었다.
두 번째. 대표는 지금 지인들을 불러다 김밥을 먹이고 있는가?
사외이사 중에 보험사에서 일해보신 경력이 있는 분이 계신다. 그분이 하셨던 이야기가 있다.
보험사에서 영업사원을 뽑으면 그들에게 첫 1년 동안 기대하는 건 가족과 친구의 보험 가입이에요. 남편, 자식, 부모, 친구 등 그렇게 지인 4~5명만 가입시키면 1년 동안 전혀 터치하지 않습니다. 그 이후 추가적인 영업은 그분의 능력이죠. 하지만 지인 가입이 안 되는 영업사원은 내쫓깁니다. 그거 하라고 월급 주는 거거든요.
나는 성우일을 하면서 일 외적으로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본적이 거의 없다.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는 것이 정말이지 너무 싫었다. 대신 실력이 있으면 그들이 알아서 찾을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그 바닥에서 버텼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운이 좋았다. 나처럼 행동했는데 그 바닥에서 잘 나가는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력이 있음에도 기회를 못 얻는 경우가 숱하다. 그럼에도 내가 성우로 나름 이름이 알려졌다는 건, 실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운이 좋아서라는 것이 확실하다 생각한다. 15년 차 성우의 경험으로, 내가 제삼자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을 때 운이라는 것이 명백하다.
실력이 떨어지더라도 영업력으로 일을 따내는 성우들이 있다. 그들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높은 곳으로 올라간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얻은 기회를 활용해 더 잘하기 위한 노력으로 실력 또한 높아졌다. 이 바닥에서 소위 '탑을 찍었다'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은 단 한 명도 예외가 없다.
사외이사와 박대표님의 말이 맞았다.
이런 운을 사업에서도 만나리란 보장은 없기에, 김밥스탠다드의 대표로서 영업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이유를 모르겠지만, 정말 몸서리쳐질 만큼 이 행동이 싫다.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트라우마 같은 것이 있는 건지 어쩐 건지 그냥 싫다. 그것도 너무.
하지만 해야 한다.
다음날 철학학교 동기들에게 카톡을 했다.
매일 점심에 늘 줄 서는 것도 아닌데, 저걸 꼭 써야 했나 보다. 알량한 자존심이 남았다.
그들은 흔쾌히 날을 잡자 이야기했다.
한 녀석은 근처 회사들에 아는 사람들이 꽤 있으니 홍보도 해주겠다 한다.
정말 홍보가 되어서 그들이 오건 안오건, 그냥 그 말이 고마웠다.
나의 행동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
하지만 행동하지 않으면 결과가 없다.
다음엔 또 어떤 사람에게 '나 힘드니 조금만 도와주세요' 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아직도 이게 몸서리가 쳐질만큼 싫지만 꼭 해야한다.
대표는 무슨수를 써서든, 무조건 회사를 잘되게 만들어야 합니다. 직원들은 잘되는 회사, 혹은 잘 될것같은 회사에서 힘이납니다. 회사가 잘 안되면 시장상황이 안좋건, 천재지변이 있었건 그게 실제로 대표의 잘못이 아니더라도 무조건 대표탓입니다. 왕관의 무게를 견뎌내야 성공합니다. 당연히 어렵습니다. 그게 쉬우면 아무나 사업해서 성공하겠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왕관의 무게조차 견디지 못합니다.
박대표님이 해준 말이다.
왕관이 생각보다 더럽게 무겁다.
라면이든 떡볶이든 그게 무엇이든, 고객이 원하는것을 팔고 반드시 성공시키겠다.
지금 열심히 일해주고 있는 직원들에게 너무나 고마움을 느낀다.
회사가 잘되게 만들어 월급도 올려주고 보너스도 주고, 그들이 나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만들고 싶다.
김밥 스탠다드는 여기에 있습니다!
리뷰도 훌륭한 맛집입니다!!
많이 찾아주세요!!
도와주세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