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스탠다드는 어떤 브랜드 인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by 레베럽

우리는 적자 회사다.

흑자로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한두 달 전부터 우리 가게에서 떡볶이와 라면을 팔기 시작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팔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고, 매출의 상승을 위해서였다.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라면과 떡볶이 판매량은 늘고 있다.


그러나 예전의 내 생각은 달랐다.

"우리는 라면과 떡볶이를 팔지 않는다. 왜? 김밥 본연의 맛을 해치기 때문에."


그런데 이 생각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하고 있는 이유는, 본질적으로 생존을 위해서였다.

그러자 직원들에게서 '이게 맞나?' 하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나는 "정답은 아무도 모르니, 일단 살고 봅시다"라고 설득하며 시작했다.


그런데 라면과 떡볶이를 팔아서 매출이 오르고, 적자개선을 했는가 하면 그건 아니다.

어찌 보면 기존 고객들이 멀어진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매출은 제자리 혹은 더 떨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이쯤이면, 이렇게 하는 게 진정으로 생존에 도움이 되는가를 짚어봐야 할 것 같다.

먼저 머릿속에 든 질문.

생존을 위해 브랜드 정체성을 잃는 회사에 비전이 있는가?


이 질문을 타인이 내게 물었다면 '아니요'라고 대답했을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왜 하고 있지?

여기서 상당한 괴리가 느껴지는 건 나뿐 아니라 우리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문장을 먼저 뜯어보자.

"브랜드 정체성을 잃는 것"


김밥스탠다드의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손이 많이 가더라도, 맛과 건강을 모두 고려해 만든 김밥을 제공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건강한 맛 = 맛없음

이 공식을 깨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브랜드다.

다시 찾을 때마다 조금씩 나아지는 브랜드.

그게 김밥스탠다드다.


세상에 김밥의 종류는 너무나 많다.

그런데도 우리가 파는 김밥이 세상에 없는 김밥이어야 한다는 소리가 아니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들지" 성우일을 하며 내가 연기했던 캐릭터의 대사인데, 정말 좋아하는 대사다.

우리는 이 작은 차이로 차별화된 김밥을 만드는 브랜드다.

그 차이가 클 필요도 없다. 단 3% 면 된다.

우리의 생각을, 느낌을, 기존의 김밥들과 3% 다르게 넣어 긍정적으로 만들면 그게 우리가 원하는 길이다.


이제 다음 문장.

"회사의 비전"


김밥스탠다드의 비전이 무엇인가?


사람들은 왜 김밥이 값싼 음식이라 생각할까? 아니, 싸야 한다고 생각할까?

어릴 때 우리 엄마도 만들어 주던 게 김밥이니까.

기본 재료만 사다 놓으면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게 김밥이니까.

전문성이 떨어지면, 즉 진입장벽이 낮으면 가치가 떨어지는 게 세상의 이치기 때문이다.

과거의 천 원 김밥 시절엔 정말 그랬다. 기본재료 사다 넣고, 김밥 마는 아주머니가 손목 나가도록 하루에 몇백 개씩 박리다매로 팔면 돈이 되던 시절이 꽤 길었다.

그렇게 김밥이란 그런 것이다라는 인식이 한국인의 식문화에 자리 잡았다.


우리는 그 인식을 바꾸고 싶다.

김밥도 잘 연구하고, 정성을 다해 만들면 다르다.

그렇게 한국인에게 먼저 인정받고, 나아가 세계시장에서 K푸드의 대명사로 자리 잡게 하는 것.

그게 김밥스탠다드의 비전이다.


그럼 정리해 보자.


김밥스탠다드의 정체성과 비전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메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맛·건강·정교함을 더한 3%의 차별화로 한국에서 먼저 "좋은 김밥의 기준"을 인정받고, 세계로 확장한다.


자 그럼 3%의 차별화 없이 인정받을 수 있는가? - 불가

인정 없이 세계로 확장 가능한가? - 불가


이것으로 괴리는 사라졌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


라면과 떡볶이를 팔아도 된다. 단, 우리의 철학이 담겨야 한다. 3%의 차이.

얼큰 콩나물 라면은 한 2%에 가까운 것 같다. 마지막으로 비주얼 완성은 어떻게 할지 고민해 보자.

치즈라면과 떡볶이는 너무 평범하다. 우리의 3%를 어떻게 넣을지 고민하자.


앞으로 모든 메뉴, 모든 서비스, 김밥스탠다드의 모든 것은 이 3%가 있는가를 기준삼는다.


내 머릿속이 정리되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제 문제 하나 정리했다.

오늘은 또 아침과 저녁판매를 늘릴 방법을 구상해야 한다.

꿈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게, 늘 생각하는 것.

그만큼 집중하는 것. 대표가 해야 할 일이다. 하자.





집에 태어난지 3주된 아이가 있다.

아이이게 보내는 편지 https://brunch.co.kr/@levelup/52


이 글을 쓰고 바로 아이가 생길 줄 알았는데 2년 가까이 걸렸다.

아들이다.


링크를 달고 글을 다시 읽었는데.. 한숨이 나왔다.

나의 지식과 철학이 얼마나 얕은지, 회사를 이끌어가며 깨달았다.

멋있는 척 하고 글은 썼는데, 나는 아직 멋있어지려면 한참 멀었다.

아들아.

네가 이 글을 이해 할 즈음 아빠는 꼭 멋있는 사람이 되어있을께.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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