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희 Aug 22. 2021

여름의 기록

수확의 시작

여름이 다 지나가고 있다. 4년 정도 한국의 여름을 피해 있었던 지라 오랜만에 느끼는 뜨거움과 습함이었다. 샤워가 땀인지 땀이 샤워인지 구분이 안 가는 그런 나날들. 특히 농사일을 하러 가면 2L는 기본적으로 땀을 내고 오지 않았을까 싶다. 시골 살이의 가장 좋은 점이라면 근처에 바로 자연이 있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너무 덥고 지치는 날이면 바로 피크닉 삼아 계곡으로 들어갔다. 계곡 물에 잠시나마 발을 담그고 김밥 한 줄 먹고 나면 36도의 더위는 견딜만했다.

여름 수확도 시작되었다. 초여름에는 감자를 캤고 여름의 중반부에는 옥수수를 따서 실컷 먹었다. 요즘은 한창 익어가는 고추를 수확하고 있다. 나무의 아랫부분부터 수확을 시작하며 올라오는데 벌써 5차 정도의 수확을 거쳤다. 몰랐던 사실이지만 고추는 따는 작업보다 말리는 작업이 훨씬 손이 많이 간다. 한번 헹궈서 말린 고추를 옥상에 다시 바짝 말리고 하나하나 닦으면 비로소 고춧가루가 될 준비를 마친다. 이번 주에는 무씨와 배추 모종을 심었다. 슈퍼에서 흔하게 김치를 사 먹는 세상에서 이렇게 1년 농사에 참여하며 겨울에 김장을 할 생각을 하니 뭔가 엄청난 작업을 진행하는 느낌이 든다. 김치의 주재료를 내 손으로 키웠다고 생각하니 그 맛도 기대가 많이 된다.


이렇듯 노메이크업에 몸빼 바지 입고 쪼그리를 낀 것도 요즘의 나다. 대부분 주말의 하루는 밭으로 달려가 농사일을 돕고 쌈 채소, 오이 고추, 토마토 등도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소소한 재미를 느끼고 있다. 그 어느 해보다 제철 음식을 많이 먹고 있다. 그때 그때 나는 농작물을 들을 바로 싱싱할 때 먹으니 자연스럽게 건강도 챙겨지는 것 같다. 입에도 대지 않던 오이 고추를 저녁에 5개씩은 쌈장에 찍어 먹어치우는 걸 보면 비타민은 충분히 흡수되고 있으리라 믿는다.

농부 모드 ON

얼마 전에는 코로나와 더위에 지쳐있는 초딩 사촌동생이 놀러 왔다. 비록 고추 수확한 지 30초 만에 힘들다고는 했지만 끝까지 고추도 수확해보고 씻어서 말려도 보고 수돗가에서 미니 물놀이도 즐기다 갔다. 쪼그리를 차고 꿀렁꿀렁 롤린을 춰대는 모양새가 어찌나 웃기는지 이 날은 나도 힘든 거 모르고 작업한 것 같다. 덥고 힘든 2021년 여름날에 좋은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다.

https://youtu.be/MiudLaFACqg

여름방학 VLOG - 사촌동생

마지막으로 애틋한 만남을 이어가는 강아지 친구가 생겼다. 옆집 강아지인데 갈 때마다 소리가 나면 와서 애교 부리고 우리가 갈 때까지 놀다 간다. 말도 잘 듣길래 앉아, 엎드려 훈련도 해보는 데 곧 잘 따라온다. 한 달에 세네 번 밖에 못 만나지만 늘 반겨주는 녀석이 주중 내내 눈에 밟혀 커가는 모습을 매번 만날 때마다 담아내고 있다. 벌써 애기 털은 벗고 어린이로 폭풍 성장을 하고 있는 요 꼬맹이 건강하고 행복한 강아지로 자라길 바란다.

옆집 꼬맹이




매거진의 이전글 농사의 재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