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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셜L Jan 28. 2021

액셀러레이터 회사의 신입사원

이과생의 액셀러레이터 회사 입사기

단풍이 예쁘게 물들었대도 코로나가 무서워서 구경 못 가던 2020년의 10월, 나는 액셀러레이팅 회사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란?


창업기획자의 주요업무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K-Start up 홈페이지 발췌)

 · 초기창업자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사업 모델 개발, 기술 및 제품개발, 시설 및 장소의 확보 등

 · 초기사업비 제공, 컨설팅 및 전문가 상담, 판로지원, 사업 인·허가 절차 진행 및 관련 법률 정보의 제공 등



| 반면에 '나'란 사람


고등학교 생명과학 첫 수업시간, 담당 선생님은 출석부를 부르시다가 내 이름을 부르시고는 갑자기 '너구나!'라고 외치며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셨다. 잘 보여야 할 선생님한테 찍히기라도 한 걸까? 등골이 싸늘했다.


스토리는 이러했다.

앞반에서 첫 수업을 진행하시면서 아이스브레이킹 타임으로 '생명과학'하면 생각나는 것을 쪽지에 적어서 제출하라고 했는데, 강아지-세포-의대 등 예상 가능한 답안들 중 뜬금없이 사람 이름이 적힌 쪽지가 5~6개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그 쪽지에 적힌 이름의 주인공이 바로 '나'였다!


당시, 생명과학계열 진학이 곧 인생의 목표였던 나는 매일매일 내 열정을 친구들에게 쏟아놓았고

나에게 지겹도록 세뇌되었던 친구들은 생명과학 하면 '나'밖에 생각나지 않아서 내 이름을 써냈다는 것이었다.


친구들 귀에 못이 박히게 생명과학을 외치던 학생은 식물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다루는 학문인 '식물시스템과학'을 전공하여 졸업장까지 받게 되었다. 그런 내가 어떻게 액셀러레이팅 회사의 신입사원이 되었을까?




| 사건의 전말 Start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던 2020년도 하계 학위수여식의 아쉬움이 가시기도 전에

'취업'이라는 인생의 중대사를 맞닥뜨렸다.


'좋아하는 학문 = 나에게 딱 맞는 천직'인 줄 알았는데…. 너무 앞만 보고 직진했던 것이 문제였을까?

재학기간 내내 전과와 진학, 취업과 공시 준비 등 수만 가지 선택권 사이에서 고민하던 나는, 졸업식을 앞두고 나서야 오랜 기간 슬럼프에 빠지게 했던 고민들을 끝내고 전포자(공살리기를 포기한 사람)가 되었다.


그때 나의 기준은 하나가 되었다. '내가 열정적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일인가?'



매일 채용 사이트에 접속하여 몇십 개의 구인공고를 보며 그곳에서 일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내가 지원하는 이 자리는 몇 개월 후면 누구도 나를 대체할 수 없게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드는 곳에만 이력서를 넣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기를 반복했다.


면접정장 대여 업체의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합격을 바라던 기업에서 불합격 통지를 받기도 하고 최종 합격을 받고도 '열정적으로 일할 자신'이 없어져서 고수하는 상황 속에서 지쳐갈 때쯤, 지금의 회사를 만났다.




| 그 회사의 첫인상


떨리는 마음에 잠을 설치고는 겨우 면접자 모양새를 갖추어 찾아간 회사는 

마치 '생명을 가진 것'처럼 활기찼다.


모두가 바쁜, 트렌디한 스타트업 기업들이 가득한 곳, 서울 중심가에 랜드마크 격인 건물.

슬럼프에 허우적거리며 늘어진 테이프 같던 나는 강한 활력에 이끌렸다.


종로 WEWORK 홈페이지에 개시된 사진


함께 일할 신입사원은 실질적으로 같이 일하는 직원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팀의 모든 멤버를 면접관으로 배정했다는 이 회사는 첫인상부터 남달랐다. 꼭 이 회사에 다니고 싶은 간절함과 기대감으로, 덜덜 떨리는 손을 티 내지 않으려 애쓰며 주어진 면접시간 내내 나의 부족함은 감추고 좋은 점만 보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말았다. 

면접관님이 하시던 말씀 중, '우리 회사는 액셀러레이터 인가를 준비하고 있어요.'라는 대목이었다. 

액셀러레이터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나는 '네!' 하고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 전개


최종면접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합격통보 전화를 받았다.

입사일까지 남은 보름이라는 시간은 추석을 끼고 빠르게 흘러갔다. 입사 전까지 푹 쉬고 오라는 조언을 충실하게 지키며 입사한 회사는, 접하는 모든 것이 새로웠으나 그 낯섦을 느낄 틈도 없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얼굴도 몰랐던 사람들이 하나하나 소중한 동료가 되어갈 즈음, 회사가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 기업으로 '탈바꿈' 되었다.


탈바꿈(우화)의 대표 주자, 나비


당연한 수순으로, 공부해야 할 것이 산더미가 되었다.

이까짓 종이 더미에 밀리지 말자며 불타오르는 열정이 생기는 날도 있었고 끝없이 밀려오는 정보량에 다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드는 날도 있었다. '하면 된다!'는 나의 좌우명과 신입사원의 열정으로 무식하게 공부해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울며 잠드는 날이 생겨났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50배 이상 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액셀러레이팅 회사의 신입사원'이 되어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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