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이제 영어 이름을 곁들인.
제트코노미(Z-Conomy)
어느 날 이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세대 전문 컨설턴트가 제안하는 이 용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핵심 고객이자 직원이 될 Z세대를 경제학적으로 함축한 단어라고 한다. 이러한 새로운 단어까지 나올 정도로 z세대에 관한 사회적 궁금증은 커져가는 것만 같다. 그러면 진짜 Z세대가 경험하는 첫 사회생활은 어땠고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를 Z세대 입장에서 풀어나가려 한다.
Z세대인 나는 첫 사회생활을 액셀러레이터 회사에서 시작했다.
창업자를 위한 액셀러레이팅을 한다는 기대를 부풀어 있던 마음을 다잡고 모두들 첫 사회생활은 쉽지 않다는 조언에 약간의 겁을 먹기도 하였다.
영어 이름 사용하기
몇 년 전부터 외국계 기업뿐만 아닌 다양한 스타트업에서 영어 이름을 사용하며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활용하고 있다. 첫 사회생활을 직급이 아닌 영어 이름을 사용했던 경험은 아마 앞으로의 업무환경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 대부분의 사회초년생에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 커뮤니케이션이 아닐까 싶다.
처음 사회생활을 접하며 생기는 직장상사라는 존재는 학교에서 만나는 선배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흔히, 알고 있는 부장님, 과장님과 같은 호칭이 아닌 영어 이름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것은 단순 영어 호칭 그 이상의 결과를 만들었다. '-님' 문화도 사용하지 않다 보니, 오히려 대학 선배를 부르는 것보다 쉽게 부르는 느낌이랄까. 팀장인 비비안을 부를 때도, 쉽게 비비안이라고 불렀고, 바로 위 매니저인 에이미를 부를 때도 영어 이름만을 사용해 더 빠르게 조직 문화에 녹아들 수 있었다.
이는 업무적인 성과에도 이어졌다. 부장님, 과장님과 일을 했었더라면 신입사원의 입장에서 업무를 확인받기까지 중간중간 질문조차 쉽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가볍게 영어 이름으로 부르다 보니, 신입사원 입장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도 쉽게 요청을 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더 나은 성과를 위해 책임감을 갖고 주도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었다.
주변, 일반 회사에 입사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영어 이름 사용이 만드는 변화에 큰 차이가 있다는 걸 새삼 다시 느낀다. 바쁜 대리님과 부장님의 눈치 아닌 눈치에 다가가기도 어려워하고,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수직적 업무구조에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실제, 다른 회사에서도 이런 어려움을 인지하고 MZ세대를 이해하고, 함께 조직문화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양새다. 대표적으로 현대백화점은 직원 간 소통을 확대하기 위해 심리진단 프로그램인 '애니어그램(Enneagrem)'을 운영한다고 한다.
요즘 유행하는 MBTI를 통해 직원들을 이해하겠다는 시도이다. 나름 그들 입장에서는 참신하겠지만, 이미 젊은 MZ세대로 구성된 래버리지는 굳이 도입하지 않아도 즐겁게 서로를 이해하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있다. (참고로, 래버리지의 모든 구성원은 EN-로 시작한다.)
래버리지라는 회사에 스며들 때쯤 각자 알고 있는 트렌드를 공유하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되었다. 물론 Z세대가 알고 있는 요즘 유행하는 유튜브 흐름, SNS에서 볼 수 있는 트렌드 등을 공유하면서 지루한 근무환경이 아닌 자연스럽게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하나의 매개체가 될 수 있었다. 지금 되돌아 생각해보면 이 부분은 업무를 하면서도, 회의를 하면서도 내 의견을 조금 더 편하게 전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 밀레니얼 세대인 매니저 Amy는 내가 공유하는 트렌드(우리집 준호, 매드몬스터, 최준...etc)를 처음 접했을 때 약간의 충격과 요즘 트렌드를 학습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꼈다고 한다. Z세대인 신입사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적응하고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회사 내에서 Z세대인 신입사원들과 트렌드를 편하게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은 앞에 이야기했던 영어 이름 사용으로 인한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일을 하든지, 내 회사가 어떠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든지 트렌드를 알고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업무를 함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Z세대를 궁금해하는 모든 분들께.
서로의 편한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굳이 영어 이름 사용이 아니더라도 서로의 트렌드를 공유하고 그것을 같이 공감하는 과정만으로도 충분히 Z세대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