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라면 누구라도 한번쯤은 엑셀을 사용해보았을 것이다.
그만큼 직장인들에게 엑셀은 낯이 익은 녀석이다. 그런데 낯이 익다고 해서 친하다고 할 수 있는걸까?
실제로 친구 중에 얼굴은 낯이 익더라도, 어색어색한 친구가 있을 수 있다. 또, 엑셀과 친하다고 해서 정말 그를(엑셀을) 잘 알고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걸까?
이런 생각이 없어지지 않는 요즘, 회사 내에서 '엑셀 스터디' 가 시작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많은 이들의 관심과 선망의 대상인 특급 인싸 '엑셀'과 친해지고 싶어서
무의식적으로 머리보다 손가락이 먼저 움직였다. "감사합니다 ! 참여하겠습니다 !"
나는 무려 컴활 1급 자격증이 있다. 그런데 자격증은 도움이 0.1 정도 되는 것 같다.
자격증과 실무는 완전히 다르다. 실제로 전 직장에서도 컴활 1급을 땄다고 하니까 사람들의 반응은 이러했다.
"오우... 필립씨 엑셀 도사겠는데? 아니, 그 어려운 컴활 1급을 도대체 어떻게 딴거야?"
너무 당황스러웠다. 인강 듣고 2~3번 떨어지다가 운이 좋아서 합격했을 뿐인데,
주위의 위험할 정도의 반응은 내게 견딜 수 없을 만큼의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나는 sum 함수 밖에 쓸 수 없는데... ^-^?"
컴활 1급을 땄음에도 할 줄 아는건, sum 함수 밖에 없었다. 내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미래의 엑셀 전문가를 그리다 보니, 어느새 대망의 엑셀 스터디의 첫 날이 되었다.
우리반은 무려 7명. 역시 자기계발을 위해 노력하는 멋진 동료들이 많다.
첫 날에는 동료 선생님의 간단한 오리엔테이션과 함께, 기초중에 기초라고 할 수 있는
데이터입력에 대한 강의가 이어졌다.
shift + F11 을 누르면 시트가 생성된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
참고로 전 몰랐습니다.
Alt + E + L 을 차례대로 누르면 시트가 삭제된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참고로 전 몰랐습니다.
전세계 어느 곳을 가도 얻을까 말까한, 엑셀 꿀팁들이 첫날부터 여기저기서 발견됐다.
교과서에 나오는 얘기가 아닌, 정말 실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능들에 대한 강의여서
앞으로의 스터디 및 강의에 대한 기대감이 내 몸 전체를 휘감았다.
난 꼼짝없이 10주+a간 ! 엑셀 스터디의 포로가 되어버렸다.
내가 광적으로 엑셀에 집착하는 이유는,
내가 귀찮은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나는 편하게 일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엑셀을 통해서
최대한 업무를 자동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자동화할 수 있는 일들을 엑셀로 자동화한다면
남는 시간에 다른 일을 할 수 있고, 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 생각대로 움직여주는 엑셀이 신기하기도 하고 사랑스럽다. 물론 아닐 때도 있지만
인생이나 주식 같은 것들은 아무리 내가 열심히 노력하고 애써도 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참 씁쓸하고 슬프다. 그래서 최소한 내 생각대로 움직여주는 엑셀로 자기만족과 함께 삶을 좀 더 윤택하게 만들어보려고 한다.
또, 액셀러레이터가 엑셀에 미숙하다...?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이렇게 되면 분명 어딘가에서 닉값(이름값)하지 못한다고 놀림을 받을 수도 있다.
미리미리 대비하는 멋진 액셀러레이터를 위해 !
오늘도 엑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