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정말 여길 가라고?

공동 육아 놀이 품앗이 생존기 1편

by 최정성


대한민국의 육아는 엄마를 중심으로 기획되고 설계되어 있다. 그중 대표적인 제도가 “공동 육아 품앗이” 제도이다. 오늘은 아빠의 공동 육아 품앗이 생존기를 이야기하려 한다. 오늘은 생존기 첫 번째 이야기다.


아이가 없거나 육아를 해도 맞벌이 부부의 경우 품앗이라는 단어가 생소할 것이다. 보통 품앗이라고 하면 농사일을 서로 도와주는 것을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육아 품앗이라는 제도가 있다. 농사일을 서로 도와주었듯이, 이웃과 함께 육아를 함께 하며 돕자는 의미에서 육아 품앗이라고 한다. 이것도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지방에는 아직 일반화되어 있지 않다. 반면 서울, 경기 지역에는 활성화 중에 있다.


이 제도는 건강가정지원센터가 도서관과 연계해서 운영되고 있다. 거주지에 어린이 도서관이 있다면 어린이 도서관에 연락해서 육아 프로그램을 문의하면 된다. 같은 나이의 유아들끼리 모여서 팀을 만든다. 그리고 팀원들 즉, 부모들이 서로 육아 교육 프로그램을 계획해서 실행한다. 간식 비용 정도로 소소한 금액을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지원해주고 있다. 밀가루 놀이, 요리 놀이, 점토 만들기 놀이 등의 집에서 혼자 준비하기 어렵지만 함께 하기 좋은 다양한 오감놀이들을 부모들이 기획하고 교육한다. 참 좋은 제도라 생각한다. 문제는 내가 남자라는 점이다.


어느 날 아내가 사뭇 진지한 얼굴로 나를 찾았다. 작은방에 가보니 아내는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보고 있었다. 그리곤 모니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보, 이것 좀 봐요.”


아내가 가리킨 모니터에는 “경기도 육아 나눔터 회원 모집”이라 적혀 있었다. 나는 별생각 없이 아내가 검색한 페이지를 읽었다. 아이의 놀이 교육을 교육 기관에 위탁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직접 기획하고 실행한다는 내용이었다.


“오, 이런 것도 있어? 좋네.”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 말을 뱉었다. 그러나 아내는 이 말 한마디를 놓치지 않았다.


“그렇지? 좋지?”


아내는 다시 한번 확인받기 위해 내 의견을 물었다. 이때 눈치챘어야 했다.


“좋지. 아무리 보육 교사가 잘해도 부모가 하는 것과는 다르지. 아이와 유대도 생기고. 어린이 집 안 가는 아이들을 모아서 이렇게 하면 사회성도 기르고 정말 좋…….”


나는 하던 말을 멈췄다. 무언가 사악한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모니터를 보던 나는 아내의 얼굴로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아내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그럴 줄 알고 신청했어요.”


아내의 말은 날 당황하게 만들었다.


“아니, 나랑 상의를 하고 신청을 하던가 해야지!”


“내가 당신이랑 하루 이틀 살아요? 당신이 좋은 제도라고 생각할 것 미리 알고 신청했지. 귀찮을까 봐 내가 신청도 다 해줬는데 고맙다고 해야죠.”


당했다. 이건 빼박이다. 그러나 남자인 내가 가기엔 부담이 되었다.


“여보님, 제도가 좋은 것과 내가 그 제도에 참여하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여기 봐요! 엄마표 오감놀이라고 적혀 있잖아요. 여기 참여하시는 분들 다 엄마들입니다.”


난 불리하면 아내에게 존대를 한다. 그만큼 하기 싫다는 의미다. 어르고 달래서 어떻게든 빠져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아내는 단호했다. 아빠가 육아한다고 해서 아이의 사회성을 포기할 순 없다는 것이다. 아내의 말이 맞다. 그러나 싫은 것을 어찌하랴.


“정말 여길 가라는 거야? 여자들만 있고 나만 남자인 여길 정말 가?”


나는 다시 한번 물었고 아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끄덕임에는 단호함이 서려 있었다. 결국 난 다음날 아들과 함께 어린이 도서관으로 향했다.



(다음 편에서 공동 육아 놀이 품앗이 생존기 2편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