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 들어서자 명희 AP가 다가왔다. 그녀는 정규직을 들먹거리며 나에게 업무 진행을 지시했다. 나는 참았던 말을 그녀의 얼굴에 쏟아 냈다.
“정규직, 그놈의 정규직! 사람답게 살아야 정규직도 의미가 있지. 개새끼한테 정규직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사람이 할 짓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짓이 있는 겁니다!”
나의 외침에 사무실은 일순 정적이 흘렀다. 명희 AP는 멍한 표정으로 한 동안 나를 바라보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몇 분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녀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몇 가지 업무를 던져주었다. 그것은 업무를 위한 업무가 아니라 처벌이자 징계였다. 자신을 모독한, 아니 정규직을 거부한 처벌이었다. 결국 또 야근 신세였다. 늦은 밤 홀로 집으로 떠나는 퇴근길은 평소보다 더욱 외로웠다. 조용한 차 안의 적막감은 나를 더욱 외롭게 했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라디오를 켰다.
“그럼, 오늘의 마지막 곡입니다. 김현철의 달의 몰락.”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차 안을 가득 메웠다.
“달의 몰락이라니 서글프네.”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괜스레 울적해졌다. 창밖으로 비치는 달을 바라보았다. 초승달이었다. 대부분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손톱만큼만 남았지만 자신이 달이라며 악다구니라도 치는 것 같았다.
“너도 간신히 버티고 있구나.”
차 창밖을 바라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차 창밖의 달은 떠나지 않았다. 끝까지 곁을 지켜주었다. 그러나 마음의 상처는 불현듯 터져 나왔다. 복받치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소나기가 내리듯 눈물이 쏟아졌다. 더 이상은 운전을 할 수가 없다. 갓길에 차를 대고 멈춰 섰다. 운전대를 붙잡고 하염없이 울었다. 아무도 듣지 않는 통곡이 차 안을 매웠다. 달이 몰락하듯 나의 꿈도 몰락해 갔다. 그러나 무너져 가는 나를 달은 떠나지 않았다. 달은 여전히 머리 위에서 나를 지켰다.
한참을 울고 나서야 마음이 진정되었다. 나는 차에서 내렸다. 한 동안 밤하늘을 올려다보지 못했다. 미안했다. 언제나 나를 지켜 주던 달을 외면한 채 살았던 짧은 시간들이 미안했다. 소중한 것은 멀리 있지 않았다. 언제나 나의 머리 위에 있었다. 진정으로 소중한 것은 안정된 직장도 멋진 집도 아니었다. 나 자신이었다. 나 자신을 잃어버린 채 살았던 회사 생활이 나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웃었다. 흐르는 눈물과 함께 나는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