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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성 Feb 21. 2022

계몽의 변증법을 읽고

아도르노, 호르크하이머 "계몽의 변증법"

모든 인간은 참으로 존재하는가?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질문을 철학에서는 진지 빨면서 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선 존재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먼저 물어야 할 듯하다. 그러나 존재는 답하기가 쉽지 않다. 있음 그 자체가 존재인지 혹은 존재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내포하는지를 밝히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다만 이렇게 물을 순 있을 듯하다. 인간이 인간답게 존재하는가? 만약 인간이 인간답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면 과연 인간은 존재하는 것인가? 

하이데거는 현존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존재의 타락에 대해 이야기했다. 존재하지만 타락한 존재..... 쉽지 않다. 키에르케고어도 비존재에서 존재로의 이행을 이야기했다.... 이것도 쉽지 않다. 이 쉽지 않은 이야기에 대한 답을 찾기에 노력한 책, 그것이 계몽의 변증법이다. 

이 책은 계몽, 즉 이성에 대한 이야기다. 아주 간단하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 책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이성이 있다. 이성은 신화의 세계를 물리치고 세계를 재편했다. 이 이성을 통해 이제 인간들은 세계를 본다. 이것이 체계이다. 이성은 체계를 만든다. 예를 들어 우리는 비가 오면 신의 분노 라르니, 이집트인들처럼 신의 사정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과학적 체계로 비가 오는 이유를 설명한다. 즉 이성은 어떤 체계를 만들어 낸다. 문제는 이 체계가 견고하게 되는 순간 인간의 이성은 체계를 넘어가지 못하고 체계 안에서 이성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자본주의라는 체계 안에서는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이성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안에서 이성을 발휘한다. 기가 막히게 돈 버는 방법을 찾아내고 자본주의를 견고하게 만든다. 자본주의라는 체계를 견고하게 하는 이성을 이 책은 "도구적 이성"이라 부른다. 체계를 만든 인간이 어느 순간 체계에 잡혀있게 되는 셈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이성을 통해 자유로운 존재가 아니라 체계에 종속된 존재가 된다. 그렇게 인간은 물질화되어 버린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모든 인간은 참으로 존재하는가? 내가 아닌 체계의 재생산을 위한 도구로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이런 고민을 던져주는 감사한 책, 계몽의 변증법...

이 책의 최고의 장점은 앞의 80여 페이지만 읽으면 이 책의 중요한 메시지를 다 이해를 할 수 있다는 것과 그리 어렵지 않다는 점이다. 이 책은 왠지 어렵게 느껴지고 또 평들도 그렇다. 그러나 우리가 이 책으로 학위에 도전할 것도 아니지 않은가? 충분히 독해할만하다. 그리고 80여 페이지 뒤의 내용은 심화 학습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자본주의 외에 다른 체제에 대한 상상력이 죄악시되는 한국사회에서 꼭 읽혀야 할 책, 계몽의 변증법!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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