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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성 Feb 21. 2022

허난설헌 시집을 읽고

허난설헌 "허난설헌 시집"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시는 참으로 어렵다. 그렇기에 시집을 소개하는 것이 나의 능력에서 가당치 않은 일이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너무나 아름다운 시를 보면 두근거리는 마음과 소개해 주고 싶은 마음은 어찌할 수 없는 듯하다. 그래도 이번에 소개하고 싶은 이 시집은 역사가 인정한 시집이니 조금은 부담을 덜어 낼 수 있으리라.

조선의 한 여성이 살았다. 명문가의 여성이었다. 그러나 이 여성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자유로운 집안 분위기와 전혀 다른 보수적인 집안으로 시집을 가서 남편보다 뛰어난 글쓰기 실력으로 남편에게 마저 질투의 대상이 되어야 했다. 그래서 자식 둘만 바라보고 살았는데... 이마저 모두 떠나보내야 했다. 그녀는 곡하고 또 곡하며 자신의 아픔을 시로 남겼다. 


"지난해에는 사랑하는 딸을 여의고


올해에는 사랑하는 아들까지 잃었네.


슬프디 슬픈 광릉 땅에


두 무덤이 나란히 마주 보고 서 있구나.


사시나무 가지에는 쓸쓸히 바람 불고


솔숲에선 도깨비불 반짝이는데


지선을 날리며 너의 혼을 부르고


네 무덤 앞에다 술잔을 붓는다.


너희들 남매의 가여운 혼은


밤마다 서로 따르며 놀고 있을 테지.


비록 뱃속에 아이가 있다지만


어찌 제대로 자라나기를 바라랴.


하염없이 슬픈 노래를 부르며


피눈물 슬픈 울음을 속으로 삼키네."


그리고 뱃속의 아이마저 유산으로 떠나보내게 된다. 이 슬픈 여인의 이름은 "허난설헌"이다. 모두가 알만한 여인이지만 또 그녀의 시를 한 올 한 올 읽은 이들은 많지 않다. 그녀의 시에는 호연지기도 담겨 있고, 기개도 담겨 있다. 또 한과 슬픔도 고적히 묻어난다. 때로는 삶의 고통에 짓눌려 겨우 겨우 붓을 들었으리라. 

그녀의 시를 읽으면 가슴 한편이 아려온다. 그리고 이 한 많은 삶을 어찌 이런 멋진 시들로 남겼는지 존경과 경이로운 감정이 생겨난다. 허난설헌의 시집.... 이는 한 인간이 시대에서 만나게 되는 아픔과 존재의 서정이 담겨있다. 

가을.... 왠지 감성적이 되는 이 계절에 맞는 시집, 하난설헌 시집을 당신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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