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한 길고양이 일기

6. 서럽다

by Young




나는 얹혀 살고 있다.




나도 내 집에서 눈치 보지 않고 살고싶다.




밥 먹지 않는 고양이가 걱정되서 냉장고에 있던 닭가슴살과 소고기와 황태를 끓여서 믹서기로 갈아주었다. 깨끗하게 씻어 놓았지만 다시 수납장에 넣는다는 것을 놓쳤다. 설거지통에 믹서기와 플라스틱통이 나와있으니 애인이 묻는다. 낮에 무얼 했길래 저런게 다 나와있냐고.



나는 당황을 했다. 그리곤 애들 주려고 닭가슴살을 삶아서 갈아주었다고 했다. 애들이라고 모호하게 얘기했지만 길고양이임을 안다. 씻고 나오더니 저녁 먹기로 한 약속을 깨고 누워버렸다. 기분 싫은 티를 이렇게 내는 것이다. 나는 주눅이 든다. 다른 구석에 이불을 깔고 나도 눕는다. 울고싶다.



서럽다. 눈물이 조금 나려고 한다. 내가 아침에 애인에게 얘기를 했다. 나는 지금 다 말할수가 없지만 혼자 짊어지고 있는 짐이 너무 버겁다고. 이야기라도 할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 얘길 듣고는 나를 조금은 안쓰러워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왜 말 할수 없는지 본인도 안다. 고양이를 케어하는 나를 싫어하니까, 고양이 사료나 음식이 집 주방에 나도는걸 싫어하니까. 나는 혼자 꾹꾹 눌러담는다. 구내염으로 죽어가던 길고양이를 사실을 구조하고 치료하고 혼자 몰래 보호중이라고. 그 아이가 걱정되서 요즘 초조하고 불안하다고. 조금이라도 밥을 먹을 수 있으면 뭐라도 좀 해주고 싶다고. 너도 저번에 본적 있지 않으냐고. 아픈 아이가 밥을 결국 먹지 않고 죽어버린 아이를. 그래서 건강식을 뭐라도 해주고 싶어 했다고.



나는 아마도 끝내 털어놓지 못할것이다.



외로움

괴로움


지금은 뭐가 더 클까?


라면 하나 끓여먹고 구석에서 오늘은 자야겠다. 내일도 할일이 많다. 저녁 조차 휴식을 취하지 못하니 내일이 벌써 버겁다




<라운이 구조 당시- 이 날 얘기는 길게하고 싶지 않다. 마음이 아프다. 최대한 스트레스 없이 잡아야하는데 미안했다. 살자. 살릴려고 했던거야. 조금만 더 의욕을 가지고 살자 라운아. 조금 조금씩 나아질수 있고 나중엔 정말로 평온해질거야. 나도 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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