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한 길고양이 일기

5. 돌아온 식욕 그러나

by Young




아이가 밥을 잘 먹던 그러지 않던 최대한 무던하지려고 한다. 그래도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올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잘 먹지 못했으면 어쩌니, 이 아이의 컨디션을 식욕으로만 체크 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문불출. 침대 밑에 숨어 나오지 않고 있다. 내가 서치라이트를 켜서 괜찮은지 확인만 가능한데 그 조차도 아이에겐 무서울것 같아서 참고 있다.



엊그제 구미호뎐을 보았다. 자길 키워주고 살려주는 엄마 아빠로 변장한 사람이 사실은 여우였고 그 여우들이 아이를 잡아 먹으려고 손을 뻗고 노려보고 하는 장면들을 보면서 나는 고양이가 저 아이 같지 않을까, 내가 저 여우들같지 않을까 마음이 아파, 슬퍼 볼 수가 없었다. 내 의도와 상관 없이 아이의 눈엔 나는 여우일것이다. 최대한 손을 뻗는 행위, 눈을 맞추는 행위를 멈추었다.


오늘은 왠일인지 내가 엊저녁에 준 음식들을 다 먹어주었다. 너무 고마웠다. “라운아 고마워”라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러나 내 작업실엔 사료 냄새로 가득했는데 이런적이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라운이가 사료를 다 개어내어 토했던 것이다. 토를 얼마나 했는지 보았다. 내가 준 건 사료를 거의 다 토한 것 같다. 라운이가 병원에서 로얄캐닌 건사료를 잘 먹어서 어제 급하게 다시 사온것인데 말이다. 일단은 토사물일 치웠다. 침대 위에도 토를 했지만 토사물만 치우고 이불은 걷지 않았다. 아이가 스트레스 받을까봐 일단은 좀 놔두었다. 내가 임시보호를 3주째 하면서 이렇게 토를 한적은 처음이다. 몇가지 문제점을 혼자 생각해보았다.


1. 사료를 급하게 먹어서 토했을까?


지금 라운이는 케이지에서 나왔고 작업실에서 나와 같이 있는데 항상 침대 밑에 있다. 밥은 벽 한쪽에 두었다. 라운이가 이 공간을 낯설고 무섭게 여기는 이상 눈치를 보고 밥을 허겁지겁 먹을 것이고 물을 마셨을 것이다. 밥자리를 다시 케이지 안쪽으로 넣어줄까 고민했지만 너무 한꺼번에 변화를 주는게 더 스트레스가 될 것 같아서 멈추었다. 밥자리가 어제 갑자기 바뀐것은 아니기에.



2. 치즈 때문일까?


마그네슘이 스트레스에 좋고 빈혈기가 있는 라운이에게 치즈가 참 좋은 식품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최대한 염분이 없고 그리고 락토가 없는 숙성 치즈를 골랐는데, 그건 유기농 아이 저염 치즈였다. 치즈는 그 전에 한번 급여를 해본적이 있다. 계란을 살짝 볶아 치즈를 같이 섞어 줘보았다. 조금 남겼지만 무리 없이 먹고 소화한것 같아서 어제는 한장을 동글동글하게 만들어 토핑처럼 주었는데 이게 문제가 되었을까. 일단 치즈는 급여를 중지할것이다.



3. 이가 없는 라운이가 건사료를 그냥 삼킨다


토사물을 치우는데 건사료가 그대로 있었다. 하나도 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위는 분명히 그런 사료가 부담이 될것이다. 건사료를 불려 주던지, 습식으로 바꾸던지 고민을 해봐야겠다. 건사료를 불리면 기호성이 떨어진다하지만 토를 계속 하게 할수는 없는 것이다.



4. 어제 새로 준 파우치 간식


어제 할인을 해서 사온 파우치 간식이 혹시나 문제가 있을까봐 그것도 급여를 중지해야겠다.




일단 몇가지 혼자 분석을 해보고 너무 큰 변화나 무리 없이 당장에 시도 해야할 것은 1. 치즈를 급여 금지 할 것, 2. 건사료를 불려 줄 것, 부터 해봐야겠다. 불린 사료를 먹어줄지, 토를 이제 하지 않을지는 봐야할것이다.




<라운이는 사실 이렇게 이뿐 아이이다. 많이 크지도 않고 얼마 안 산 아이같은데 왤케 아팠던걸까, 이젠 아이처럼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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