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좋은 것만 생각해보기로 했다
볕이 좋은 날이다. 본가에 있는 강아지 두마리를 데리고 동네 뒷산 산책을 했다. 강아지는 참 밝고 주인을 잘 따른다. 고양이를 생각해보니 강아지 키우는건 훨씬 맘 고생이 덜 하다. 그냥 해바라기. 고양이 신경 쓰는 것에 1/10 만 강아지들에게 나눠줘도 엄청 좋아할 것 같다. 미안한 마음도 든다. 말 없이도 잘 커줘서 그냥 내버려두는 것도 있다. 참 이상하다. 생명은 모두 소중하고 우열이 없는데 어떤 생명에겐 그리도 집착을 하고 어떤 생명에겐 무관심한지. 구조한 고양이 라운이 임시 보호를 열과 성을 다 하고 있는데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리고 퇴근길에 길고양이 밥을 무심히 부어주고 간다. 힘을 들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밥을 적어도 길냥이 여섯마리는 나눠 먹고 산다. 생명은 다 소중한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가끔 라운이 일로 속상할때 되려 다른 생명을 보실피고 살리는 일로 위로를 스스로 전할때가 있다. 라운이 하나 포기하면 여럿 살릴 수 있다. 그러나 왠지 나는 라운이 하나에 앓는다.
자꾸 암울하다 답답하다 답이 없다 하니까 더 안좋아지는 것 같아 좋은 것만 생각해보기로 했다. 라운이는 처음 만났을때 구내염이 심해서 비쩍 말라 있었다. 얼마나 못먹었는지 비틀걸며 걸었다. 눈에 활당기가 있고 털이 꾀죄죄했다. 매일 아픈 표정을 했다. 미간을 찌푸린채로 눈을 가냘프게 떴다. 고통스러워 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괴로워 이 아이의 고통을 어쨌든 끝내줘야 생각했다. 구조하고 수술중에 죽을 수도 있어서 그 이후 입양 문제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당장의 고통을 끝내주고 싶었다.
지금 라운이는 제법 살이 올랐다. 다행히도 식욕이 다시 올라 주는 밥을 다 잘 먹어준다. 습식캔과 자연화식을 늘 준다. 깨끗한 물을 먹는다. 화장실도 잘 간다. 설사도 하지 않는다. 음수량도 꽤 괜찮은 것 같다. 냄새 나는 하수도에서 더이상 자지 않아도 된다. 추운밤에 혼자 떨지 않아도 된다. 구루밍도 곧잘 하는지 털이 이제 꾀죄죄 하지 않다. 얼굴에도 이제 살이 올라 조금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구조 초반엔 잠을 많이 잤다. 라운이는 정말 조용하다. 겁많고 예민한 아이의 장점이다. 단 한번 크게 울지 않는다. 덕분에 옆방 작가님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았다. 조금씩 이 공간을 영역이라 느끼는 것 같다.
좋은걸 쓰다보니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무언가 답 없이 혼자 고꾸라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조금씩 나아진것이다. 그 당시엔 정말로 괴로워 고꾸라지고 있는줄 알았다. 명상을 하며 갑자기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괴롭다고 하는 그 이유가 결국엔 내 뜻대로 하고싶고 내 뜻대로 되지 않아서 괴로운게 아닐까. 고양이를 내 뜻대로 하고싶어서 노력했고 그러지 못하니까 버려버리고 싶다고 하는게 아닐까. 고양이도 나와 같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버텨간것일수도 있다. 고양이 입장에선 지금이 최선인 것이다. 무엇을 알수 있을까. 내가 자길 잡아먹으려고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살기 위해서 주는 밥은 먹고 자고 하고 있지만 자다 깰때마다 여긴 어디고 나는 뭐하고 있는지 멘붕이 올 것이다. 얘도 알리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나만큼이나 불안하고 힘들것이다. 우리는 지금이 그냥 서로 최선을 다 하고 있는것이다.
<비쩍 말라 비틀거리며 주는 밥을 먹으러 온다. 오늘 옛날 영상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위로를 해주었다. 나아지고 있는거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