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한 길고양이 일기

25. 불안

by Young





나는 그간 괜찮게 잘 지내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사실 늘 불안한 마음에 살았다. 라운이가 잘 있을 수 있을까 걱정되서 불안하고 옆 방 작가에게 누가 끼치고 들켜 레지던시에서 쫒겨나지 않을까 불안했다. 밤마다 오는 톡에 보내는이가 누구인지부터 확인을 했다.


나는 사실은 작업실 안에서도 시시때때로 불안했는데, 아이가 울때 ( 자주 운다 ), 낮에 볼일 보러 나가느라 점심을 챙겨주지 못할때, 마찬가지 이유로 저녁 역시 그랬다.


그 뿐만 아니라 돌보는 길고양이들이 매서운 겨울을 얼굴로 맞고 있다 생각하면 마음이 더 조린다. 물은 얼었을 것 같다, 집을 조금 더 따뜻하게 해줄껄, 핫팩을 왜 아직까지도 않넣어줬지, 조금 더 든든한걸 챙겨줄껄, 먹기라도 잘 먹고 추위에 쉴 곳이 있어야 살 수 있을텐데,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따뜻한 방에 누워도 내 마음은 편치가 않다. 그런 감정이 올라올때는 일부로 유튜브를 더 본다. 회피하기 위해서. 나도 일단 오늘밤을 쉬고 자야 내일을 살 수 있으니까.


요며칠 참 추웠다. 내 걱정이 더 커졌다. 마음이 괴롭니 몸을 쓰고 말지, 어제는 길아이들 겨울집을 보수하러 갔다. 춥고, 테이프는 제대로 붙질 않고, 주변 환경은 왜 또 이리 지저분한지. 자꾸만 밀려나는 약한 존재들이 마지막으로 살아나가야 하는 장소가, 자꾸만 이렇게 열악해지는게 너무 속상하다. 조금씩만 배려해주면 될텐데. 그 조금이 내 생활에 불편을 끼칠 정도면 안되겠지만, 단순히 싫어서, 몰라서, 관심 없어서 내팽겨친 생명들은 오늘도 살고 죽고의 아슬한 경계선을 오간다. 나는 그래서 더 불안한지도 모르겠다. 내가 조금만 더 챙겨주면 살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생각해도 나는 불안도가 높은 사람이다. 그건 아마 내 어린 시절 부모의 싸움, 사라진 엄마, 위태롭게 살아야했던 가난한 청소년 시절, 학폭, 왕따, 저녁마다 이어지는 아빠의 알콜문제, 나의 또 다른 소수자의 정체성, 그 모든 것들이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물론 나는 피해자성만 있는게 아니라 나는 또 누군가에게 가해자였을것이다. 일상이 된 폭력에 둔감하거나, 당하지 않으려고 폭력을 행사하거나, 밟고 올라가는 것이 폭력인지 몰랐던 야만의 시절이었다. 살기 위해 감정을 멈추었을 것이고 하던 생각마저 멈추었을 것이고, 되는대로 살았을 것이다. 그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는 제 3자가 보았을때 다른 사람이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때와 완전히 다른 생각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내 감정은 여전히 저 시절의 나에 머물러 있다. 불안, 걱정, 분노, 욕구, 결핍, 나를 움직이거나 멈추게 하는 무의식의 감정은 그때의 골 안에서 흐르고 있다.


그래서 아마 길고양이는 나를 보는 것 같다. 내가 추울때 얼마나 추워봤는지 아니까, 내가 남 눈치를 피해 여기저기 도망다닐때 저게 얼마나 스트레스인지 아니까, 어쩌면 내 어린시절 (혹은 지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돌봄을 직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돌봄을 받고 싶었고, 돌봄이 필요한 존재들은 그것이 너무 절실하다는 것을 아니까. 나는 아마도 그래서 아이들을 돌보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 내면 아이를.



어제는 오늘의 연속이다. 지나간 과거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오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웃기게도 희망적인 이야기로 마무리를 짓는다. 그래도 내가 포기하지 않고 사는 것은 아무래도 나는 이런 타입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오늘부터라도 잘 살아내야한다. 나를 위해서.





침대 위에서 자는 라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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