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indale tube station

콜린데일 역 개선 공사의 완료를 축하하며

by 김종규


2022년 7월, 우리 가족은 영국에서 1년간의 생활을 시작하였다. 내가 연수지로 결정한 곳은 런던의 북쪽 끝, Stanmore 지역에 있는 Royal National Orthopaedic Hospital 이라는 곳이었다. 런던의 남북을 주행하는 Northern line의 종점 역인 Edgeware 역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다. 우리 가족은 출퇴근과 아이의 학교, 그리고 월세를 고려하여 Colindale 이라는 곳에 집을 얻었다. Colindale은 북 런던의 Barnet Council에 있는 곳이었고, 종점인 Edgeware까지는 Northern line으로 두 정거장이었다.


처음 이 곳에 도착했을 때, 역사는 너무 낡았고, 플랫폼 천정에 비둘기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설치된 초록색 그물에는 비둘기 깃털로 보이는 회색 물질이 여기 저기 있었으며, 엘리베이터(영국식으로 Lift)도 없었다. 좋게 말하면 고풍스러운, 사실 너무 낡고 더러운 곳이었다.


colindale01.png 공사전 Colindale Tube Station의 사진들



런던의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 “Step-free access” 라는 표시가 별도로 있다. 오래된 지하철역이 많다 보니 모든 역에 엘리베이터 (영국식 표현으로 Lift)가 있는 것이 아니고, 플랫폼과 열차 사이에 단차가 있는 곳도 꽤 있다. 런던 교통국(TFL)에서는 점차 Step-free access 역을 늘려간다고 하는데, 영국의 공사 속도를 생각하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stepfree.png 이렇게 표시가 되어 있다.


콜린데일 역은 step-free access 역이 아니었다. 콜린데일 역은 1924년에 문을 연 곳이었고, 2차 세계대전때 폭격으로 파괴되었다가 다시 세운 것이다. 지금의 건물은 1962년에 지어졌다. 2022년 7월, 우리 가족이 처음 도착했을 때, 콜린데일 역에는 리노베이션 계획이 붙어있었다. 멋진 조감도였지만, 우리 가족이 거주했던 1년동안 공사는 시작하지 않았다.

colindale04.png 리노베이션 조감도. 런던의 신도시인 Canary Wharf가 부럽지 않다.


2023년 7월, 귀국을 앞두고 콜린데일 역 운영 중단 계획이 발표되었다. 2024년 6월부터 12월까지 역사가 폐쇄된다고 하였다. 지하철이 아닌 지상철 구간이고, 역사만 리노베이션 한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한 6개월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과연 영국에서 6개월만에? 라는 의문이 들기는 했었다. 한국에 돌아왔지만, 콜린데일 주민들이 올리는 facebook의 사진들과 지역 신문들을 통해, 6개월간의 교통지옥을 거쳐, 12월 20일 콜린데일 역이 다시 운영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2025년 1월에 다시 영국을 방문하기 전, 역 바로 앞에 사시는 분으로부터 영국에서 한밤중에 공사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직접 방문해 보았을 때, “이게 뭐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역사 밖은 공사중이었고, 내부는 바뀐게 별로 없어보였다. 계단이 새 것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Lift는 없었다.

colindale05.png 2024년 12월, 재개장한 콜린데일 역의 모습

그리고 1년이 지나서, 2025년 12월, 새로운 콜린데일 역이 정식으로 개장했다고 뉴스에 실렸다. 런던에 Step-free tube station이 하나 더 생겼다는 제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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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샷 2025-12-29 오후 4.07.58.png Lift의 설치로 Step-free access tube station이 되었다.


처음 조감도와는 약간 다르지만, 원목으로 된 천정과 바로 보이는 개찰구, 그리고 Lift가 설치되었다.

Wikipedia를 찾아보니, 사업 계획은 2018년, 사업 승인은 2019년인데, 공사 시작은 2024년 6월, 공사 마무리가 2025년 12월이었다.

지하철역 하나 새로 짓는데 1년 반이면 별로 오래 걸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사실 콜린데일 역은 매우 작은 역이고, 입구, 대합실 리노베이션, 엘리베이터 설치하는데 1년 반이 걸린 셈이다.


영국은 공사가 느리다. 2022년, 우리 가족이 머물던 아파트 단지에 새로운 아파트 한 동을 짓고 있었는데, 1년 후에도 여전히 공사중이었다. 그래도 많이 진척이 있어, “1년 안에 입주하겠구나” 하는 정도였는데, 1년 6개월 후에 방문해보니 여전히 공사중이었고, 그로부터 거의 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주택 5채를 선분양하니 모델하우스에 구경 오라는 광고 메일을 받을 수 있었다.




영국은 산업재해가 없을까? 2024년 영국 Health & Safety Executive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영국의 2024년 산업재해 사망 총 인원은 124명이었다. 그 중 추락은 50명이었다. 한국은 어떨까? e-나라지표에서 확인할 수 있는 통계에서 2024년의 산업재해 사망자수는 2098명이었다. 대충 영국의 15~16배 정도 되는 사람이 산재로 사망하고 있다. 영국 인구가 우리나라의 1.5배 정도 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우리의 산재 사망률은 영국의 10배 정도 된다.


영국의 비효율을 경험해보면 정말로 답답하다. 뭐든 느리다. 인터넷, 이메일 놔두고 전화로 뭔가 이야기해야 하는데, 전화를 걸면 1시간씩 기다리는 일이 흔하다. 내 옆의 의사 선생님이 스피커폰으로 30분간 전화를 켜놓고 기다리는데, 아이의 병원 예약 변경을 요청하는 전화하는 것이었다. NHS GP 예약도 아니고 private clinic 예약을 하는데도 이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 대부분의 카페에서 주문을 받은 후 계산을 해 주고, 음료를 만들고, 주문한 손님에게 제공한 다음에서야 “Next Please!”라고 외친다. 매우 느리고 비효율적이지만, 주문 오류에 대처하기는 쉽다.


한국의 아파트는 먼저 분양을 하고 나중에 입주를 한다. 외국의 아파트들이 먼저 건축을 하고 나중에 분양을 하는 이유는 신뢰의 부족이라기 보다는, 절대 건축 기일을 미리 예측하는것이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최소한 영국은 절대로 건축 기일을 맞추지 못 할 것이라고 믿는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는 좋은 점도 많다. 한국 사람들은 불편한 것을 하루라도 참지 못한다. 뭐든지 일 처리가 빠르고, 불편한 것을 고쳐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사람의 생명이 관련된 곳에서라면, 공사 현장과 같은 곳에서는 좀 많이 느리더라도 사람이 다치지 않고, 느려지는 것에 대해서 관용하는 문화가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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