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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규 Feb 23. 2022

역대급 비호감 대선을 관람하며

호감으로 선택받는 의사, 비호감이지만 선택받는 의사

*이번 글은 정치에 대한 글이 아니라, 개인적인 다짐, 혹은 신앙고백입니다.

*누구나 읽어도 좋다고 생각하고 브런치에 올리지만, 제가 처음 생각했던 독자는 그리스도인 의사 동료 및 후배들, 특히 CMF (Christian Medical Fellowship, 한국누가회)의 의사/한의사/치과의사 동료와 후배들입니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늘로서 정확하게 2주일 후에 새로운 대통령 선거를 하게 된다.

사전 투표를 생각하면 10일정도 남은 셈이다.

두 차례정도 TV 토론회도 있었고, 온라인에서는 양쪽 지지자들이 왜 우리 후보를 찍어야 하는지, 왜 저 후보는 안되는지 열심히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이번 대선에서는 왜 우리 후보가 더 나은 대통령 후보인지를 주장하는 사람보다는 왜 저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되는지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찢xx", "도리도리", "법사", "페미" 등등, 교양있는 사람들이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말들을 손가락을 적어대는 모습들을 상상해보면, 역시 인터넷은 사람을 좀 더 자유롭게 만들어준달까?

다음과 같은 여론 조사가 많았다. 이런 조사들을 보면, 이번 대선은 누구를 더 좋아하는지를 선택하기 보다는 누가 더 싫은지를 선택하는 선거다.



사실 민주주의에서의 선거는 최선을 뽑기보다는 차선을, 그마저 안되면 차악을 뽑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이렇게 서로의 나쁜 점만 이야기하는 선거를 보니 참으로 우울하다. 지지자들의 평대로라면, 우리나라는 2022년 이후 국운이 다하고, 파멸의 길로 들어설 것만 같다.


아마도 나 역시, 좀 더 좋아하고, 훌륭해보이는 후보 보다는, 덜 악당같은, 덜 미워하는 후보를 선택할 것 같다. 그런데, 나 역시 남들로부터 선택받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간혹 나를 찾아주는 환자들 중에서 멀리서 오시는 분들이 계신다. 서울의 동북구 외곽 끝, 크고 유명한 병원도 아닌 시립병원, 대학교수도 아니고 박사학위도 못 마친 그냥 재활의학과 전문의 1인에 불과한 나를 굳이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신다. 그럴 때마다 감사한 마음과 함께 우쭐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래, 이제 내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생겼군"


하지만 내 진료에 불만을 가지신 분들도 많다. 


"왜 나한테 오는거야? 흔하디 흔한게 병원인데"


내가 좋아서 나를 선택하신 환자, 마음에 별로 들지는 않지만 거리나 비용 때문에 차선으로 나를 선택한 환자, 어떤 사람이 더 많을까? 이번 대선을 보면서 처음 해 본 생각이다.

나는 비호감중에 덜 비호감이어서 차선 혹은 차악으로 선택받은 의사일까? 아니면 그래도 상대적으로 호감이 있어서 선택받은 의사일까?


역사적으로 사랑받은 많은 의사 선생님들, 얼마 전에 르완다에서 별세하신 폴 파머, 모든 기독 의료인의 표상과 같으신 장기려 선생님, 짧고 굵은 의사 생활이었지만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깊이 남으신 고 이태석 신부님 정도 까지는 아니어도, 비호감이지만 마지 못해 선택받는 의사는 아니어야 할 텐데.


의사에 대한 호감은 꼭 성격이나, 좋은 말, 부드러운 인상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무뚝뚝해도 치료를 잘 하면 된다. 치료가 잘 안되는 병이라면, 정확한 진단과 앞으로 겪을 일들을 잘 설명해주는 것도 좋다. 

의학적 능력이 좀 떨어진다면, 좀 더 마음을 볼 수 있는 의사도 어느 정도 호감을 얻을 수 있다. 하다 못해 외모가 말끔하고, 복장이 단정한 것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다 잘 할수는 없겠지만, 이런 것들 중 하나라도 챙기고, 다음번에는 한 가지를 더 챙긴다면 그래도 나를 좋아해서 선택하는 환자들이 좀 늘어나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덥수룩한 머리를 다듬기 위해 미용실을 예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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