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과 코로나-19 온라인 컨퍼런스 만들기
어제저녁 7시부터, 한국의 의사 4명과 키르기스스탄 의사들이 google meet에서 온라인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untact 시대를 맞이해서 수많은 온라인 회의가 벌어지고, 모든 학술회의를 포함한 중요한 결정들이 온라인에서 이루어진다. 심지어 학교도 온라인이 대세인 이 시점에, 의사 열 몇명 남짓 모여서 코로나-19에 대해서 몇 시간 온라인 회의를 한 것이 무슨 특별한 일일까 싶다. 하지만 작지만 의미 있는 일이었던 것 같아서 짧게 나눠본다.
서울의료원은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의 공공병원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수도인 비슈케크의 5개 공공병원과 협력관계를 맺고, 여러 가지 의료 협력 사업을 하고 있다. 이 중 가장 큰 사업이 키르기스스탄 의료진의 서울의료원 연수이다. 지난 8년간 70여 명의 키르기스스탄 의사들이 서울의료원에 방문하여 4주에서 12주까지 의료연수를 받았었다. 우리는 연수를 받았던 의사들과 친구가 되어 인터넷과 SNS, 메신저로 소식을 주고 받고 있었다.
지난 7월 11일, 2년 전에 서울의료원에 방문했었던 대통령 특별 병원 외과의사 에르멕 선생님이 페이스북으로 연락을 했다. 혹시 서울의료원의 코로나 치료 관련 자료를 받을 수 없냐고. 키르기스스탄의 상황이 많이 어렵다고 했다. 혹시 서울의료원과 온라인 컨퍼런스를 하면 더 좋겠다는 말과 함께.
Wikipedia를 찾아봤더니 키르기스스탄의 확진자는 9천 명 정도 되었다. (지금은 13,000명이 넘는다) 참고로 키르기스스탄의 인구는 630만 명이다. 일단 질병관리본부의 코로나-19 방역지침을 다운로드해서 전해주고,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보라고 했다. 우리가 논문을 작성할 때 참고했던 몇몇 논문들도 전해주었다. 그리고 온라인 컨퍼런스는 조금 기다려달라고 전했다.
7월 13일 월요일, 출근을 해서 가장 먼저 감염관리실장님을 만났다.
"온라인 컨퍼런스 할 수 있을까요?"
"괜찮을 것 같은데요!"
"그럼 선생님께서 강사 좀 섭외해주세요. 저는 행정 절차 알아보겠습니다."
"그런데 나 다음 주에 1주일 동안 자가 모니터링 기간인데..."
'자가 모니터링 기간' 3개월이 넘게 코로나-19 병동에서 전담으로 계속 일하고 있는 의료진에게 7일간의 휴식 겸 자가 모니터링 기간을 제공한다. 자가 모니터링 기간의 시작과 끝에는 코로나 검사를 받아 건강 상태를 확인받도록 한다. 이는 감염으로부터 안전을 지키고, 장기간 근무하는 의료진의 번아웃을 막기 위해서이다.
"그럼 다다음주는 너무 늦으니, 이번 주 금요일에 하시죠"
이렇게 급하게 컨퍼런스 일정이 잡혔다.
다음으로는 온라인 컨퍼런스 도구를 찾아보았다. 내가 사용해 본 것은 google meet, zoom, skype 정도였다. google meet가 9월 말까지 무료 서비스를 한다고 하니 따로 돈 들일 것 없이 구글을 선택했다. 홍보를 위해서 키르기스스탄 서울의료원 연수의사 동문회장이신 누르벡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더니 100명 정도 참석할 수 있다고 하신다.
생각보다 일이 커지는 것 같았다. 온라인으로 100명이 떠들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google meet에는 20명 정도만 초청하고, 동시에 youtube live로 생중계 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생중계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14일 화요일, "연자 결정했습니다."
연자가 결정되었으니 포스터를 만들 차례다. 통역도 준비해야 한다. 사람들은 의사들이 다 영어를 잘하는 줄 아는데,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키르기스스탄의 젊은 의사들은 대부분 영어를 잘하시지만, 신청하신 분들 중 영어를 못하시는 연세 지긋하신 분들도 계신다. (비슈케크 시립 1 병원 원장님은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시지만, 언제나 서울의료원의 든든한 친구이시다) 늘 통역을 부탁드리던 통역사분께 연락을 드렸더니 좀 부담스러워하신다. 급하게, 그것도 학술 컨퍼런스 통역을 이렇게 부탁하는 일은 원래 없다. (게다가 돈도 제대로 못 드린다) 그래도 일단 도와주신다고 하셔서 일단은 진행을 하기로 했다.
15일 수요일, 병원장님께 보고를 드렸다. 이제부터는 병원의 공식 행사가 된 것이다.
16일 목요일, 오후 5시 30분, 예정된 일과를 마치고, 테스트 접속을 해보았다. 사회를 맡은 나, 세 분의 연자, 통역, 그리고 키르기스스탄에서 10명 정도가 동시접속을 테스트해주셨다. 처음에는 버벅댔지만, 그래도 회의는 잘 돌아간다. 그런데 youtube에서 소리가 안 난다. 이러면 안 되는데...
17일 금요일, 오늘은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날이다. 아시아-오세아니아-태평양 재활의학회 컨퍼런스가 온라인으로 열린다. 오전에는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오후에는 외래 진료다. 다행히도 youtube live의 소리 문제는 해결을 했다. 오늘의 강의를 맡아준 강사님들께는 저녁식사로 드리는 팔천 원짜리 도시락 말고는 다른 대가가 없다. 심지어 두 분은 바빠서 강의를 마치고 도시락을 드셨다.
저녁 7시부터 예정된 강의는 7시 10분이 되어서 시작되었다. 막상 google meet 접속이 잘 안되었는지, google meet에는 12명 정도만 있었다. 대신에 youtube live 접속자가 늘어난다. 처음에는 20명으로 시작했는데 10분이 지나니까 50명, 한 시간이 지나니 95명까지 증가했다. 통역사 선생님은 고군분투하고 계셔서, 러시아어로 올라오는 질문에는 답할 수가 없었다.
"Please write in English!"
중간중간에 질의응답을 포함해서 강의는 8시 40분쯤 마쳤고, 본격적으로 토론이 시작되었는데, 점점 더 열기가 올라간다. 유튜브의 대화창에는 계속 질문과 답변이 올라오고, 동시에 한국어, 러시아어, 영어가 섞인 대화가 귀에 들려온다. 키르기스스탄 의사 선생님들의 질문은 날카롭다. 우리와 의료 환경과 의료기반시설 수준이 다르지만, 그래도 코로나-19를 이겨내려고 정말로 많이 공부하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병원 연구실의 에어컨이 꺼진 지 몇 시간이 지나고, 세 시간 정도 계속 떠들고 있으려니 목이 아프다.
"It is 10 PM in Korea. It's time to say goodbye!"
미안하지만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사실 우리 강의가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지난 8년간 연수 오신 선생님들을 보았을 때, 중요하고 필요한 내용들을 잘 봐 두었다가 키르기스스탄에 적용하는 모습을 늘 볼 수 있었다. 작은 컨퍼런스지만, 키르기스스탄의 코로나-19에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youtube live 스트리밍 하는 방법을 배웠다. 하지만 다음번에는 재정을 구해서 돈 주고 시키고 싶다. 한 3일 정도 신경을 썼더니 너무 피곤하다.
어쨌든 지난 1주일, 보람찬 한 주간의 이야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