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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tifreeze 그림책 Nov 01. 2022

이방인의 그림책_돌아오지 못한 아이들

남겨진 우리의 몫

뉴스를 봅니다. 검게 그을린 세상 한가운데 무너지고 깨진 삶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습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모른 척 지나가는 사람들은 어디를 향해 가는지 바쁜 걸음을 멈추지 않습니다. 나의 안정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다른 이의 고통은 외면해야 하는 현실은 어쩔 수 없는 듯 보입니다. 


이태원 참사에 관한 보도가 쏟아져 나옵니다. 아직도 현실이라 믿어지지 않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안타까움과 슬픔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책임지지 않기 위해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내놓지 않는 상황이 경악스럽습니다.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은 청소년 현장 실습 노동자의 반복된 죽음을 다루고 있는 그림책입니다. 정당한 대가와 안전을 약속받았지만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정당한 대가도 받지 못한 채 아이들은 작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들이마시며 쓰러져 간 사람, 열리지 않는 문 앞에서 무너진 사람, 차가운 길과 거친 소음 속에서 쓰러져 간 사람, 그렇게 작은 사람들은 세상 끝으로 내몰립니다. 아무도 작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안전한지 말해 주지 않았습니다. 


약속이 잊혀 갈수록 작은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이 사라져 갔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라짐을 눈치채지 못합니다. 그 많은 작은 사람들이 모두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그저 나의 아이는 작은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또다시 시간이 흐르고 아이들은 자랍니다. 저마다 안전하게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는 행복한 노동자를 꿈꾸는 아이들이 우리 곁에 있습니다. 




"너 어디니?"

지난 토요일 엄마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얼마 전 시청 집회에 갔다 온 걸 알고서 이번에 또 갔을까 봐 걱정스러운 마음이 묻어난 질문이었습니다. 다시는 가지 말라고, 괜히 사람 많은 데 가서 사고 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집회에서 느꼈던 해방감을 떠올리며 저는 대충 얼버무리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충격적인 참사 소식이 온 세상에 울려 퍼졌습니다. 안부를 묻는 전화에 무사함을 전하면서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상황에 혼란스러웠습니다. 수많은 청년들의 죽음을 보며 세월호 참사가 떠올라 절망스러웠습니다.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 대신 침묵과 애도를 강요하는 이들이 혐오스러웠습니다. 


'네가 조심했어야지.'

불행한 사고 앞에 우리 사회가 피해자(약자)들에게 하는 말입니다. 그 말에 억눌리고 갇힌 사람들은 자신의 안전을 위해 최대한 숨어야 하고 사라져야 합니다. 그렇게 이 사회에서 지워져 가며 돌아오지 못합니다. 




인간이 모든 재난과 불행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죽음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삶의 한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반드시 예방하고 대처해야 하는 일들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을 때는 미안한 마음으로 사과해야 합니다. 진실을 명확하게 밝히고 필요한 대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이 말을 또다시 반복해야 하는 오늘이 참 버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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