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라는 곳

17년 12월 11일

by 방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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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단순히 어떤 감추어진 일상을 적어나가기에는 약간에 더 개방된 공간이라는 생각은 한다. 적어도 더 공개적인 대신에 더 관리되는 곳이라고 할 수는 있겠다. 숨겨진 곳에 숨는다는 행위는 그 모두가 같은 뜻으로 하는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에 벌어질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름의 기록을 장기간에 걸쳐 해왔다. 참 꾸준히도 해왔다.


이곳에 다시 기록을 한번 시작해보면서, 지금 이 글을 쓰는 공간만큼 이 공간이 보다 하얗고, 아직 쓰여지지 않은 '새'공간이라는 느낌은 물씬 든다. 서체 자체도 글쟁이들이 좋아할만한 글씨체라고 생각이 든다.


어찌되었든 기록이라는 건 장소와 환경만 달리 바뀌어나갈 뿐이지, 기록이 멈추는 순간까지 계속되어갈 것이다. 이곳에서 일상을 적다가도 다시 다른곳으로 옮길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추워지는 날에 몇주 전 좋은 소식을 듣기는 하였지만, 들어가는 나이와 할아버지에게 문득 느꼈던 세월, 한지와 영주에 등장하던 영주의 고고학자라는 전공, 그런 다양한 순간 순간들이 그동안 쉽사리 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고찰하게 끔 해주었다. 생과 사라는 순환, 그 출발점에 있으면서 모든것이 영원할 것만 같던 어느때의 시절들,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박제된 좋아하던 이야기들, 영화들, 그 사이에서 이제 '나라는 생명' 자체에 대한 인식을 분명하게 하기 시작한 이 시간. 언젠가 맞닥뜨렸어야 했을 우주의 법칙이었을거다. 언젠가 다시 다른 모습으로 누군가를 떠나보낼 때마다 나는 담대할 수 있을까, 그리고 마찬가지로 나 역시도 그 진리 앞에서 담대해질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질문이다. 그러나 선택이 없는 질문이기도 하다.


다행스러운 건 그에 대한 답변의 기일이 정해져있지 않다는 거다. 이 수억명이 살아가는 행성 안에서, 내가 이 작은 나라의 작은 동네에서 인식하는 나의 세계, 그 안에 내가 알고 스쳐나가는 수많은 생의 동지들. 축제의 동지들. 나는 그렇게 이 '순간'을 인식한다. 나는 살아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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