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것 없는 추운 날

17년 12월 13일

by 방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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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문득 저무는 노을에 취했던 순간이 있었다. 날은 찼고 노을은 선명했다. 선명함 가운데 짙게 드리운 그림자들이 좋았다. 탑 아래에 모여 웅성대는 사람들이 있었고 공원은 추운 날씨로 사람이 많지 않았다.


많은 일을 하지 않았다. 어떤 것을 한다는게 점차 손에 잡히는 효용성을 잃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중에 가장 쉽게 잡히는건 이 핸드폰과 핸드폰에 적어나갈 수 있는 작고 작은 일들이다. 짧은 단편선을 잘 골랐다는 기분이 들었다. 아직 많은 부분을 읽지 않았다. 아직 그저 첫 장의 은은하고 진한 여운을 느낀 뒤 다음 편을 시작하지 않았다.


요즘 피부때문에 먹는 항생제 탓일지, 애매하게 꼬여있는 생활리듬 탓일지 머리가 지끈댄다는 기분을 자주 느낀다.


시간은 쉴새 없이 흐른다. 시간은 어느덧 12월 중순에 이르렀다. 이제 다시 한 살을 먹을 준비를 한다. 왠지 모르게 젊음이 점차 내 것이 아님을, 욕심으로 붙들고 있을 것이 아님을, 그러면서도 조바심 내지 말아야하는 것임을 상기한다.


살아간다는 것. 참 의미있으면서 어렵고, 때론 복잡하며 때로는 더딘, 때로는 그 너무도 빠른 흐름 속에 디딜 곳을 잃어버렸다 여길 때도 많은 일이다.


평안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당장에 있어서는 어떠한 재산과 지위, 추억과 펼쳐질 장래보다도 지금 이순간의 Now는 소중하다.


가질 수 없다. 소유의 개념은 사람으로 하여금 전지전능한 소유의 욕구를 가지게끔 만들었다. 절대 손에 쥘 수 없는것도 있음에, 종종 좌절을 겪는 일도 있지만 그것은 오롯이 소유할 수 없는 것을 소유할 수 있으리라 믿었던, 막연히 숨겨진 소유욕으로 인해 희생된 감정들의 일부라 할 수 있다.


흐름을 사랑하자. 믿음을 사랑하자. 내게 가능한 것들을 내 곁에 놓아 두도록 하자. 절대, 언제나 무리할 것은 없다. 모든것은 중요하며 중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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