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8일

17년 12월 18일

by 방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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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다양한 곳을 오고다녔다. 집약된 시간 안에 여러 사람을 만나기로 했다. 새로 시작한 축구동아리는 그동안 내가 하지 못한 운동의 갭이 얼마나 큰지 실감하게 했다. 좋게 말하면 폐가 펴지는 기분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폐가 터지는 기분이었다. 얼마가지 못해 지쳐버리는 통에 무릎을 짚고 한숨을 돌려야 다시 달릴 수가 있었다.


아직 회사측에선 일정을 잡자는 연락이 없다. 기다리던 12월 중순이 온 중에 어서 날짜라도 알 수 있기만을 바라는 마음은 분명히 있다. 언제 근로계약서를 쓰고, 언제부터 어떤 식으로 근무가 시작될지. 그정도는 알아두고 17년을 매듭짓고, 그렇게 18년을 시작하고 싶은것이야 당연한데 회사의 규모를 생각했을 땐, 그렇게 정교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위로를 하고있는 참이다.


대전에서 돌아오던 기차 안이나 서울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이나 히터를 얼마나 세게 틀어둔건지 따스하다기보단 답답해서 앉아있기가 힘들었다. 기차 안에서는 멀쩡한 좌석을 놔두고 바깥에 나가 출입구 주변에 있기도 했다. 지나는 풍경을 보고있자니 문득 갖고있던 카메라 생각이 났다. 두어번 풍경을 찍기 시작하니 재미가 들리기 시작했다. 필름을 아끼지 않았다. 촬영이 오랜만에 즐거워지는 참이었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그동안 쓰지 않던 가계부 생각이 났다. 학부때에도 1년여정도 가계부를 쓰던 적이 있었다. 가계부를 쓰던 버릇은 그렇게 모아온 목돈이 말하자면 학업적인 사고로 인해 뭉텅이로 사라지게 되면서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게 됐다. 학생때였으니, 고정된 수입이 있는것도 아니거나와 지출은 술이 들어가는 날이면 나도 모르게 빠져나간 액수의 돈을 보고 스트레스를 받던 적도 있었다.


앞으로의 일들이 그다지 비정상적으로 흐르지만 않는다면, 나는 다시 18년부터 가계부를 시작할 수 있게 될거다. 수입이 있다. 내 노동에 대한 합당한 댓가가 주어진다. 노동 자체의 정당성도 이전보다는 가장 뚜렷한 때임도 분명하다. 이건 일시적인 수입과 노동이 아니다. 거창한 목표가 있지는 않지만, 내 주어진 시간 동안에 알차게 축적한 자본, 그러니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유와도 비슷하게 통용되는 이 자본을 어느정도로 구비해두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다. 김생민을 비롯해 다양한 곳에서 어필했던 적이 있는 그 내용이다. 그냥 모아라!


그렇다고 일생을 자산을 다람쥐마냥 모으기만 하다 고이고이 남겨두고 떠나고 싶지많은 않다. 적어도 어떤 목적을 가진 절약생활이 그 '목적'으로 인해 피폐해지기 않기를, 순식간에 내 삶을 흔들어버리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종종 느낀다. 살아가려는 것 만큼 고결한 행동은 없다고. 살아간다는 이 생의 여정들이 얼마나 값진 일들인지. 경외감은 노인으로부터, 그리고 아직 너무나도 순진한 아이들에게서, 하루하루를 그렇게 다시 시작하고 마치는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나도 누구와 마찬가지로, 생명을 가진 생명체로써 지금을 산다. 아직, 시간을 붙들 수 있다는 건 내게 정말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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