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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링컨리 Jul 06. 2020

가슴 설레게 하는 첫사랑 이야기

이뤄질 수 없는 사랑


비가 오면 가끔 생각나는 "두 명의 여인"이 있다. 18살 한창 사랑에 빠질 나이임에 불구하고 난 축구에 빠져있었다. 둘 다 아닌 공부와 사랑에 빠졌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나는 축구 말고는 딱히 관심 있는 것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운명적으로 두 여인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 그 두 여인은 나의 "첫사랑"이다.

어... 첫사랑? 첫사랑은 한 번만 겪는 거 아닌가?라고 보통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나에게 있어 둘 다 첫사랑에 가깝다. 누가 먼저 첫사랑 일 것 없이 "사랑의 불씨"를 짚히게 해 줬기 때문이다.




그녀는 비가 많이 오는 날에 만났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버스 정류장에 갈 때까진 날씨만 흐렸지 비는 오지 않았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버스를 타자마자 비가 억수같이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올 줄 모르고 우산을 챙기지 못했다. 내 머릿속은 온통 '버스를 내리자마자 재빨리 뛰면 비를 많이 안 맞겠지'란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내릴 때가 다가왔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뒷문이 열리자마자 뛸 준비를 했다. 뒷문에 서있었는데 한 여학생이 내릴 준비를 하기 위해 내 옆에 있는 게 아닌가!!

어... 우리 동네에 여학생이 살았었나? 생각하는 사이 버스가 섰고 내려서 뛰려고 하는 찰나, 이건 머 영화 속 한 장면이 생각날 정도의 상황이 연출되었다.

"늑대의 유혹"의 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영화에서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강동원"이 '조한선'을 피해 "이청아"의 우산 속으로 들어간다. 이청아의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고개 든 강동원의 해맑은 미소가 일품인 장면이 있다.(강동원의 미소가 많은 여성들을 설레게 했다.)


내가 버스에서 내려 뛰어가려고 한 순간 우산을 씌워주는 게 아닌가... 순간 우산 밖으로 뛰쳐나가 달릴뻔했지만 민첩함으로 멈췄다. 그 자리에서 순간 "얼음"이 되어 옆도 볼 수 없이 차렷 자세 그대로 있었다. 잠깐 당황했지만 말없이 그냥 걸었다. 버스 정류장과 집과의 거리는 200m 정도인데 그 날은 1km를 걷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성과 나란히 걸어 본 적이 없어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몰랐다.

머릿속에선 "뭐지? 뭐지? 이 말만 되새겼다."

지금 와 생각해보면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는 행동을 한 것이다. 우산을 씌워졌으면 말이 라도 걸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 모습이 답답했는지 그녀는 네게 먼저 말을 건넸다.


그녀:  나 모르겠어?

둔팅이: 어... 어... 모르겠는데(머리를 긁적이며)

그녀: 초, 중학교도 같이 나왔고 지금은 같은 고등학교도 다니는데 기억 못 하나 봐?

둔팅이: 어... 미안ㅜㅜ(정말로 누군지 기억이 나질 않았고, 우리 동네에 또래 여자 친구가 사는 줄도 몰랐다.


(정적이 조금 흘렀다. 잠시 후)


그녀: 약간 섭섭한데... 머 같은 반이 아니었으니 모를 수도 있겠다.

둔팅이: 어... 미안ㅜㅜ (그녀는 우리 집 대문 앞까지 우산을 씌워줬다.)

그녀: 조심히 들어가.

둔팅이: 어... 우산 씌워줘서 고마워... 조.. 심히.. 가...('인사'성은 밝은 아이임.)


나는 꿀 먹은 멍어 리 마냥 말을 이끌어내질 못했다. 참...

 난 그 날 저녁에 잠을 설칠 수밖에 없었다.

왜 그녀가 우산을 씌워졌지..?, 혹시 나를 좋아하나..?, 아님 불쌍해 보여서..? 혼자서 오만 생각을 했다. 상상의 나라를 펼쳤다. 그래서 늦게 잠을 잤다.

다음 날 학교에 가 친한 친구에게 이런 일이 있다고 말했다. 답답해하는 친구가 하는 말이 "네가 먼저 대화를 이끌었어야 되는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어이구!! 나를 한심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으니 할 말이 없다. 친구가 '이름은 물어봤냐?'라고 말했다. 아뿔싸 이름을 물어보지 않았다. 그 날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 초등ㆍ중학교 졸업 앨범을 뒤지기 시작했다. 얼굴을 봤으니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중학교 앨범에서 그녀를 찾았다. 이름은 OOO이었다. 기뻤지만 스스로 그래서 뭐?라고 생각했다. 속에서 '좋아한다고 고백이라도 하게' 되물었다. 그렇진 않지만 일단 이름을 안다는 게 중요했으니 스스로 만족했다.


다음 날 친구에게 이름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나는 친구한테  OOO 혹시 남자 친구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말했다. 친구는 학교에서 마당발이라 알아낼 수 있었다. 친구가 알아봐 준다고 했다.

며 칠 뒤 친구가 나를 불렀다. 알아보니 남자 친구가 있었다. 우리 학교 학생과 사귀고 있다고 말했다. 나도 그 친구는 친하진 않지만 알고 있었다.

키가 큰 친구였다. 일단 키에서 비교가 되지 않았다. 난 겨우 170cm에 머물러 있었다. 혼자서 김칫국 한 사발을 들이켜 놓고 실망했다. 참 그땐 지금 생각해봐도 못났다. 연애는 정말 잰 병이었다.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남녀공학이었지만 합반은 아니었다. 그래서 여학우와 왕래가 극히 한정되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연애를 잘하는 애들은 있었다. 난 그때 숙맥이었고 여성들에게 말도 못 붙이는 아이였다. 혼자 상상했고, 혼자 좋아했다. 그 후로 학교에서도 집 근처에서도 만날 수 없었다.

알고 보니 집은 몇 달 뒤 이사를 갔다고 한다. 그렇게 나의 첫 번째 사랑은 혼자만의 첫사랑 그리고 짝사랑에서 마무리되었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도 아니고 첫사랑이 마무리되어 기억 저편에 머물러 있을 줄 잘 알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5년 뒤, 우연히 길을 가다 일하고 있던 그녀를 봤다. 지하상가에서 옷가게를 하고 있었다. 긴가민가 했지만 용기를 내서 가게에 들어갔다. 얼굴을 보니 그녀가 확실했다. 인사를 하니 나를 알아봤다.

다시 그녀를 보니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이건 하늘이 내게 주신 마지막 기회라 생각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고 본론을 말했다. 남자 친구 있냐고 물었다. 남자 친구는 없다고 말했다. 근데 전 남자 친구한테 크게 상처를 받아서 지금은 남자를 만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다시 한번 더 절망을 느꼈다.

그래도 옆에만 붙어 있으면 언젠가 기회가 있겠지란 생각으로 자주 그녀의 가게에 들렸다. 얼굴을 자주 보니 친하게는 지냈지만 친구 이상의 감정을 그녀는 느끼지 않았다. 일 년 정도를 그녀 주위를 맴돌았지만 마음의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그래서 일 년쯤 지나 스스로 감정을 포기해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가 마음의 문이 닫혀 있었던 건 맞지만 내가 자신감 있게 적극적으로 표현을 안 했던 것 같다. 지레짐작 겁을 내어 좋아한다고 말도 못 했다. 한마디로 바보 멍청이였다.

한 동안 그녀가 있는 가게를 못 갔다. 얼마 후 찾아간 가게에는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있었다. 물어보니 가게를 정리하고 본인에게 넘겨주었다고 말했다.

나는 그 전날 핸드폰이 고장 나 전화번호가 다 날아가 있던 상태였다. 그래서 가게를 찾아갔지만 만날 수 없었다. 그 이후론 연락이 닿지 않았다. 지금은 안부조차 알 수 없다. 비가 올 때면 가끔 생각이 난다.


역시 첫사랑은 이뤄질 수 없나 보다... 나의 첫 번째 첫사랑...




두 번째 첫사랑의 이야기는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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