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공포물을 보는 걸 무서워하고 싫어한다. 아마 죽을 때까지 안 볼 듯하다. 무서운 것과 두려운 것은사람마다 다르게 받아 들 일 수 있다. 둘 다 공포에 대한 느낌이지만 차이가 있다. 나에게 있어 귀신, 좀비, 드라큘라는 두려운 것보다 무서운 것에 더 가깝다.
어릴 적 "무서움과 두려움"을 많이 느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 공포를 느낀 건 아니다.
나이가 들어도 무서움에 대해 공포를 느끼지만 두려움은 극복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키가 128.6cm였다. 전교 5등 안에 드는 수치다. 성적으로는 상위권에 들어간 적은 없지만 키로 속해 봤다. "작은 고추가 맵다"라는 말이 있다. 키가 작지만 "깡다구"는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나의 착각이었다. 어떤 존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굴복당했다. 키도 한 몫했다.
학교에서 '1년'에 한 번씩 소풍을 가는데, 부산과 경남 김해에 "놀이공원"이 한 군데씩 있다. 그곳으로 소풍을 가곤 했다. 김해 가야랜드, 부산 초읍 어린이 대공원이다. 우리 학교랑 둘 다 그렇게 멀리 있지 않았다.
놀이 공원에 놀러 가면 난 타는 게 정해져 있다. 회전목마, 범퍼카, 회전 컵, 펀하우스 정도만 즐길 수 있었다. 딱 봐도 알겠지만 두려운 놀이 기구가 아닌 "즐거운 놀이기구"를 탔다.
5학년까지는 키가 작아 "두려운 놀이기구(청룡열차, 바이킹, 회전 그네 등)"를 못 탔다.
6학년이 되고 키가 조금 자라서 탈 수 있었다. 처음 바이킹을 타게 되었다. 처음 타게 되면 중간에 타는 것이 덜 두렵다고 친구들이 이야기해줬다.
안전바가 내려오고 바이킹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난 공포에 떨었다. 키도 작고 몸이 왜소해 안전바에서 흘러 내려갔다. 정말 무서웠다. 그때부터 몸을 웅크려 앉아 눈을 감고 안전바를 잡은 채 바이킹을 탔다. 몇 분이 몇 시간처럼 느껴졌다. 그 날 이후 "두려운 놀이기구"를 탈 수가 없었다. 특히 바이킹은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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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후, 체육학원 동기들과 경주월드를 놀러 가게 되었다. 그때는 키(170.5cm)도 많이 자랐고 운동을 하고부터 가슴이 강심장이 되었다. 두려운 놀이기구를 탈 수 있을 거 같아 도전해 봤다.
일단 놀이 기구를 탔다. 어... 두려울 줄 알았는데 탈 수 있네...? 그날부터 두려움을 극복했고, 놀이 기구를 미친 듯이 타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탄 것은 어릴 때 수치스러움을 겪었던 바이킹부터 탔다. 양쪽 사이드 끝에 앉아 탔다. "와~~~ 극복했다. 놀이 기구를 이 맛에 타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거기에 있는 두려운 놀이기구를 3번 이상씩 다 탔다. 약간의 두려움은 남아 있었지만 탈 수 있었다. 정말 재미있었고 두려울 게 없었다.
5년 후, 대학교 MT를 또 경주로 가게 되었다. 2박 3일 일정으로 갔다. 첫째 날 여독을 풀었고, 둘째 날 마라톤 시험을 치고 뒤풀이, 마지막 날 놀이 공원에서 자유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복귀하는 일정이었다.
이젠 놀이 공원에 가서 놀이 기구 타는 것이 두렵지 않고 즐거웠다. 근데 문제가 있었다. 그 전날 마라톤 시험을 치고 저녁에 뒤풀이로 술을 마셨다. 체육학과 MT다 보니 술자리가 새벽까지 이어졌다.
난 술을 많이 먹어 만취했고, 그 자리에서 찌짐(부침개)을 굽은 상태로 절도했다. 일어나 뒷정리를 하고 놀이 기구를 타러 갔다. 속이 좋지 않아 조금 불안했다. 그렇지만 놀이 기구를 보자마자 미친 듯이 탔다.
무서운 놀이 기구를 3번씩 탔다. 그중에서 "메가 드롭(자이로 드롭), 토네이도"를 6번씩 타다 보니 신호가 왔다. 속에서 올라오는 것을 입안에 머금고 화장실로 직행했다. 간신히 길거리에서 실례를 범하지 않았다. 자만이 부른 대참사가 될 뻔했다.
그 날이 후 음주 기구를 타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음주 운전도 하면 안 되지만 음주 놀이 기구도 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놀이 기구를 많이 탄 이유는 평일에 갔고 사람이 많이 없던 시간이기 때문에 많이 탈 수 있었다.)
무서움은 극복하지 못했지만, 두려움은 극복할 수 있었다. 코로나 19로 받은 스트레스를 놀이 기구를 통해 해소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