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링컨리 Jul 14. 2020

죽음의 6단 해물 우동 볶음 먹고 겪은 일

지옥을 경험했다


옛말에 "작은 고추가 더 맵다."란 말이 있다. '몸집 작은 사람이 큰 사람보다 행동이 빠르고 야무지다'란 뜻이다.

사람한테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이 말을 사람에 빗대어 이야기하고자 말한 게 아니다. 정말 작은 고추가 맵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어 이야기한다.


우리가 먹고 있는 고추도 작은 게 맵다. 세계에서 제일로 매운 고추는 페퍼 x(318만 SHU), 캐롤라이나 리퍼(220만 SHU), 부트 졸로키아(100만 SHU), 하바네로(57만 SHU), 태국 고추(7만 SHU)이다. 고추 크기가 다 작다. 한국의 청양 고추(4천~ 1만 2천 SHU)매운 편에 속하지 않는다. 우리는 청양 고추가 많이 맵다고 생각한다. 다른 고추와 비교해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SHU"(스코빌 지수의 약자이다.): 고추류의 매운맛을 표현하기 위해 만든 지수이다.


< 네이버 검색 >


부산에선 땡초(청양고추)라고 불리는 작은 고추는 한국인의 입맛엔 정말 맵다. 언제부터 땡초를 먹기 시작했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릴 때부터 땡초를 맛있게 잘 먹었다. 가족들은 먹으면 쩔쩔맸지만 난 멀쩡했다.  "땡초(청양고추) 부심"이 있다.


난 아침에 일어나면 입맛이 없어 밥을 먹지 않는다. 하루는 식탁에 땡초가 있어 그걸 된장에 찍어 밥이랑 먹었는데 입맛이 확 돌았다. 그래서 종종 아침 식사를 할 때 먹는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때면 거진 땡초를 넣어 먹는다. 특히 국물이 있는 음식에 넣으면 국물 맛이 칼칼해 더 맛있다. 지금은 먹지 않고 있는 라면, 국수에 넣어 먹으면 맛이 끝내줬다.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꼭 땡초랑 같이 먹는다. 보통 2~ 3개는 꼭 먹는다.




20대 중반쯤,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다. 그 자리에 여성분도 함께 있었다. 술자리가 무르익었을 때 술에 취한 한 여성이 대뜸 매운 것을 잘 먹을 수 있냐고 물어봤다. '친구 한 명과 난' 매운 것을 잘 먹는다고 말했다. 술에 취해 있어 친구와 자존심 대결로 번졌다.

그날 술집 메인 메뉴가 오징어회란 걸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 가게는 매운 음식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땡초를 가지고 한 번에 누가 더 잘 먹는지로 자존심 대결을 했다.


대결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내기다. 우리도 내기를 했다. 대결에서 진 사람이 술값을 내는 걸로... 그렇게 시작된 대결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친구는 땡초 5개, 나는 7개를 먹었다.

분명 승패가 났지만 어찌 보면 둘 다 땡초에 패했다. 왜냐하면, 끝나고 물을 엄청 많이 먹었다. 물을 먹어도 매운맛이 사라지지 않아 근처 편의점에서 우유와 쿨피스를 먹고 나서야 진정이 되었다. 다시는 먹는 것 가지고 "자존심"을 세우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일이 있고 몇 년 뒤 다시 한번 더 매운 음식 때문에 큰 곤혹을 치렀다. 한 번 호되게 당한 일을 망각하고 또 매운 음식에 입을 댔다.

이번엔 자존심 때문에 먹은 게 아니었다. 매운 음식을 얼마나 잘 먹을 수 있는지 궁금해 먹었다. 친구랑 둘이서 "4번 출구"란 가게가 갔다. 거기 메인 메뉴는 "해물우동볶음"이다.

매운맛이 "완전 순한 1단, 약간 순한 2단, 매콤한 3단, 더 매콤한 4단, 많이 매운 5단, 6단"까지 단계별로 있다. 평상시 '더 매콤한 4단' 맛을 먹는데 그날따라 마지막 단계인 "죽음의 6단"을 술안주로 시켰다.


< 네이버 검색 >


주문한 음식이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 순간부터 매운맛이 코를 격하게 자극했다. 순간 "와~~ 이거 먹을 수 있을까?" 친구도 매운 걸 좋아한다고 해서 시키긴 했는데 걱정이 되었다. 일단 '쿨피스'를 시켰다.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친구도, 나도 먹기 시작했다. 첫 젓가락질에서 아차!! 싶었다. 이거 망했는데... 와~ 내가 객기를 부렸구나 생각했다. 세 번째 젓가락질을 해서 먹었다. 먹자마자 신호가 왔다. 몸에 있는 구멍이란 구멍에서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눈, 코, 입에서 눈물, 콧물, 침까지 나왔다. 급기야 속까지 아팠다. 아니 따갑고 쓰라렸다.

입에선 쓰...쓰...쓰... 만 연거푸 소리 냈다. 메뉴판에 나온 것처럼 죽을 뻔했다. 쿨피스 2 통과 엄청난 물을 먹고 나서야 진정되었다.

친구와 나는 각각 3 젓가락질만에 무릎 꿇었다. 정말로 이때 깨달았다. 난 적당하게 매운 것만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사건 이후 매운 것을 시킬 때 주제 파악을 하면서 주문하게 되었다.


요즘 마당에서 키우고 있는 땡초를 따서 요리할 때 넣어 먹고 있다. 적당하게 먹으면 음식도 맛나게 먹을 수 있는데 그땐 왜 그리 객기를 부렸는지 모르겠다.

음식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는 적당히 하는 게 좋다는 것을 땡초로 인해 알게 되었다.


뭐든지 과하면 과할수록 탈이 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작가의 이전글 치과 가기 싫어 발버둥 치는 38살 어른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