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링컨리 Jul 13. 2020

치과 가기 싫어 발버둥 치는 38살 어른이

치과 가는 것이 두려웠다


병원 가는 것을  겁내다.


어릴 적 병원 가는 것을 제일 싫어했다. 병원에 가면 무조건 엉덩이 주사를 맞는다. 주사 맞는 것이 두렵고 무서웠다. 아프기까지 해 병원 가는 것을 싫어했다.

보통 어릴 때는 병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병원에서 어머니가 꼭 하는 말이 있다.

"울고 떼쓰면 간호사님한테 이야기해 큰 주사 놓아달라고 말할 거니 얌전히 있어."라고 말한다. 어릴 땐 순수해 그걸 또 곧지 곧대로 듣고 얌전히 있었다.

엉덩이 주사를 맞을 때 울지 않으려고 두 손에 힘을 주고 맞았다.

간호사 누나가 "엉덩이에는 힘빼~"라는 말이 어찌나 무섭던지... 그 상황에서 또 말은 잘 들어 주사를 맞았다. 맞고 나면 "두려움과 무서움"이 사라졌다.

맞는 과정에서 왜 그리 힘들어했는지... 커서는 엉덩이 주사쯤이야 거뜬히 맞고 전혀 겁을 내지 않는다.  


엉덩이 주사를 맞는 병원보다 더 무서운 병원이 있다. 같은 급에 속하지 않고 고통의 상위 레벨인 곳이다. 그곳은 바로 치과다. "치과에 가는 게 백배 더 겁이 났다." 어릴 때 치과에서 좋지 않은 경험을 해서 그렇다.

어금니를 뽑기 위해 치과에 갔다. 치과의자에 처음 누웠다.

마찬가지로 겁이나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얼굴은 녹색 천으로 입만 빼고 덮였다.


입을 "아~~ 하세요."라고 간호사 누나가 말했고 그대로 아~~ 했다.

그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 윗니와 아랫니 사이에 집게로 고정했다. 근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집게에 입술 옆살이 찝혀서 고정되었다. 난 아파서 아... 아... 아... 했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다.

어려서, 겁나서 신음하는 줄 착각한 듯했다. 일단 꾹 참았다. 치료가 다 끝나고 고정되어 있던 집게를 빼자마자 서러움에 복받쳐 울었다.

입술 옆살에선 피가 났고 간호사 누나가 당황했는지 엄청 미안하다고 말했다.

좋지 않은 경험을 한 뒤 치과 가는 것을 굉장히 겁냈다.


혼자서 치아를  뽑다.


< 구글 검색 >


그런 일이 있고 난 후, 다행히 섞은 치아가 없어 치과를 가진 않았다.

치아가 흔들리면 보통 치과를 가는 게 상식이지만 난 치과 가는 것을 겁내 혼자서 치아를 뽑았다.

당시 "영구와 땡칠이" 영화가 큰 인기를 얻고 있을 때다. 주인공인 "영구(심형래)"가 치아를 빼는 장면이 나온다. 문에다가 실을 묶어 누군가가 문을 열면 치아가 빠지는 장면이다.

어릴 때는 보는 족족 따라 하는 성향이 있다. 나 또한 그 장면을 보고 따라 했지만 치아는 뽑히지 않았다. 영화와 현실이 다르단 걸 그때 알았다.


치과는 가기 싫고 치아는 흔들려 어째 어째 하다, 나만의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흔들리는 치아를 손으로 자꾸 흔들었고, 고정된 물체(난 "대문"에 치아를 고정해서 뽑았다.)에 대고 그냥 힘으로 뽑았다. 잠깐의 고통으로 뽑을 수 있었다. 뽑으면서 약간 이상한 감정(카타르시스)을 느꼈다.

혼자 힘으로 뽑은 치아를 부모님한테 자랑하면서 스스로 만족했다.

뽑은 치아는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방법으로 처리했다. 지붕 위에 던지면서 주문을 외웠다. "까치야~까치야! 헌 이 줄게 새이 다오."라고 말하면 의식이 끝이 난다.




치과 가는 날


일본에서 장마 전선이 북상했다. 이번 주부터 장마라고 한다. 장마전선이 빨리 우리나라를 빠져나갔으면 좋겠다. 오늘도 어김없이 비가 내리고 있다.

일기예보에서 엄청난 비가 온다고 이야기했지만 많은 비가 오지 않았다. 오늘은 치아 검진을 위해 2주 전에 예약한 치과에 가는 날이다.


한 달 전쯤 교통사고를 겪어 아직 운전하는 게 불안하다. 특히 비가 오면 운전하는 게 더 힘들다. 오늘은 다행히 비가 많이 오지 않아 운전하는데 지장이 없었다.


몇 달 전부터 치아가 시렸고, 육안으로 봤을 때 섞은 것 같아 치아 검진을 받고, 간 김에 스케일링도 받고자 치과로 갔다. 스케일링을 살면서 3번 받아 봤다. 10년 전, 2년 전에 받은 이후 3번째로 치과에 방문하는 거다.

집에서 치과까지 차로 40분 거리다. 비가 와서 조금 일찍 출발했는데도 예약한 시간에 딱 맞춰 도착했다.


우선 "치아 엑스레이"부터 찍었고, 의사 선생님과 검사 결과에 대해 이야기했다. 첫마디가 "환자분은 정말 치아 관리를 잘하셨네요. 충치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을 전문가에게 들으니 왠지 뿌듯했다. 어릴 적 군것질을 거의 안 했다. '과자, 사탕, 초콜릿 등' 단것에 관하여 욕심이 없었다.

내 돈으로 사 먹은 적이 거의 없다. 우스갯소리로 용돈 자체가 작아 군것질을 못한 것도 있지만 굳이 먹어야겠다는 충동도 못 느꼈다. 또 술과 담배도 거진 안 하니 치아 관리가 잘 될 수밖에 없다.

전체적인 치아 관리는 아주 훌륭하다고 말했다.


< pixabay.com >


의사 선생님이 치아가 시린 이유에 대해 설명해줬다. 이빨을 너무 잘 닦아서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치아와 잇몸 사이에 마모된 부분 때문에 차가운 물을 먹을 때, 양치할 때 두꺼운 칫솔을 써서 더 시리다고 말했다.


마모된 부분이 총 9개다.


이빨이 썩은 것처럼 보이는 것은 충치가 아닌 '커피, 녹차, 담배'의 침전물이 치아 틈에 끼여 그렇게 보인다고 한다.

이런 것은 스케일링을 하면 없어진다고 말했다. 간호조무사가 스케일링을 시작했다. 하고 나니 정말 깔끔해졌다. "충치가 아니었다."


끝나고 마모된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금은 괜찮을진 모르나 나중에 심해지면 신경을 건들 수도 있고, 그 부위가 섞게 되면 돈이 더 많이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치아 견적에 대해 이야기했다. 치아 1개당 치료비가 7만 원이다. 한 번에 치료를 다 받으려면 63만 원의 비용이 든다. 좀 부담스러워 견적만 물었다. 나중에 연락한다고 스케일링과 검진한 것만 계산하고 치과를 나왔다.




충치는 없었지만 보수해야 하는 치아가 있어 가격이 만만치 않다. 좀 더 고민해 해결해야겠다.

앞으로 칫솔의 모를 두꺼운 것 말고 얇은 것을 써야겠다. 좀 더 치아 관리를 잘해 나이를 먹어도 치과에 자주 가는 일을 안 만들겠다.

치아도 우리 몸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건강과 마찬가지로 관리를 잘할 것이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를 위해 죽기 전까지 치아 관리를 잘할 것이다. 막상 닥쳤을 때 부랴부랴 하지 말고, 미리미리 예방해서 치아 건강을 지키자.


38년을 살면서 나름 치아 관리를 잘했다고 들으니 뿌듯했다.

작가의 이전글 다시 한번 더 "NO" Boycott Jap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