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난임일기7] 욕심을 버리는 일

최선을 다할 뿐

by OHarmony

오늘은 동결배아 2차 이식 하루 전이다.


며칠 전 2차 이식 직전 진료를 받기 위해 담당 의사선생님을 만났다. 의사선생님은 "지난번처럼 경구약, 질정, 주사를 처방할거에요. 이번에는 이식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 효과가 더 좋은, 쎈 주사로 바꿔드릴게요. 이건 엉덩이 주사에요." 라고 말씀하셨다.


1차 이식을 할 때에는 이식 전 5일동안 '프로기노바' 1일 3정을 먹고 매일 '질정'을 사용하고 '프롤루텍스 배주사'를 셀프로 맞았었다.

모두 여성호르몬(프로게스테론)을 높이는 처방인걸로 알고있다.

어릴 때부터 알약을 원체 못먹던 내가 이제 약을 매일 3알씩 먹는것도 할만했고, 생전 처음으로 질정을 사용하고 나서 찝찝한 느낌을 달고 살아야하는 것에는 나름 익숙해졌는데.. 2차 이식을 시작하게 되자 오직 프롤루텍스 주사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컸다.

프롤루텍스 주사는 배에 놓는 자가주사인데 그동안 채취를 하면서 맞았던 것들과는 차원이 다르게 맞고 나서 한동안 배를 주먹으로 한 대 맞은것 처럼 아팠다. 바지를 입었을 때 배가 바지에 닿아 약간의 압력이 가해지면 불편감이 느껴졌고 횡단보도 앞에서 빨간불이 깜박일 때 빠르게 달려가려다가 뱃살이 흔들리는 순간 통증이 느껴져서 깜짝 놀랄때도 있었다. 이 정도면 어떤 수준의 통증인지의 느낌이 잘 전달되는 글을 쓴거려나.

내 실수로 복부혈관에 주사바늘을 잘못 찔러넣어서 배 위에 달걀만한 크기의 푸르딩딩한 멍이 들었던 적도 있었다.


이렇게 배주사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이번엔 배에 맞는 자가주사가 아니라니! 통증의 문제뿐 만 아니라 매일 긴장한 채 두껍고 날카로운 주사바늘을 보는것도 부담스러웠던 내게 희소식이었다. 좀 번거롭긴하지만 집주변 병원에 가서 '주사 의뢰서'와 '주사용액'을 드리면 병원 주사실에서 주사를 놔줄거라고 안내 받았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주말에도 운영하는 동네 병원에 전화를 해보았고 다행히 주말을 포함해 매일 주사를 맞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이번에 내가 맞게 될 주사의 이름을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보았다. 그런데...

이 주사는 일명 '돌주사(타미유)'였다. 근육주사여서 반복해서 맞을수록 엉덩이 부분이 딱딱해진다는 것..! 근육이 뭉치는걸 최대한 막아보기 위해 주사를 맞을 때마다 엉덩이를 뭉개듯이 계속 눌러주고 남편이 주물러주기도하고 찜질팩을 올려놓기도하고.. 그럼에도 그렇게 5일간 연속 주사를 맞다보니 엉덩이가 뭉치는 건 어쩔수 없는 일인것 같다. 생활이 불편할 정도는 아니지만 감각에 예민한 내가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프롤루텍스는 그래도 며칠이 지나면 통증이 좀 나아졌는데 타미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해지는구나? 주사마다 장단점이 참 뚜렷한 것 같다. 혹시 2차가 실패하고 3차까지 시도하게되면 더 아프고 후유증이 심한 주사를 맞게되려나.


아직 저차수이지만 이렇게 시험관에 대한 경험치가 쌓이는게 생경하고 무섭다.

내 몸도 마음도 축내는 이 행동을 나는 언제까지 하게될까?

점점 더 '욕심을 버려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되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동안 보낸 시간과 고통이 아까워서라도 조금이라도 더 빨리 좋은 결과를 얻고 싶은 마음이다.


어제는 남편과 둘이 동네 카페에 들러서 각자 일을 하고 있었는데, 대여섯살 정도 되어보이는 여자아이가 우리에게 와서 말을 걸었다. "저기요, 있잖아요~" 똘망똘망한 눈을 하고 우리에게 온 천사 같았다. 아이 뒤를 따라 오신 그 아이의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이실 법한 어른들께서 아이에게 "왜? 아는 분들이야? 아이고 죄송합니다. 너 왜그래~" 하면서 아이를 데리고 가셨다. 아이는 몸은 돌아서면서도 눈은 계속 우리를 향해 두면서 계속 뭐라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 뒷 말은 정확히 알아듣지 못했지만 나와 남편은 덕분에 잠시나마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요즘은 날이 좋아 어딜가나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많다. 내가 처한 상황 때문인지 유별나게 어린 아이들이 내눈에 많이 띈다. 내 삶에 진짜 내 아이라는 존재는 있을 수 있을까?


의사선생님께서 처방하시는대로 약제를 사용하고,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은 덜 먹고, 몸에 좋은 행동은 잠깐이라도 더 하려고 노력한다. 스트레스는 안받으려하지만 내 무의식까지 조절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그저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라는 교훈을 어디서 많이 들었었는데, 과연 나는 결과가 좋지 않아도 그 과정들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1차 실패의 경험이 있다보니, 아니 겨우 1차 실패였음에도 사람 참 부정적으로 변하기 쉽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