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이 성공이 아니야
결론부터 말하자면 2번의 채취, 2번의 이식만에 나는 처음으로 임신이 되었다.
피검사 하루 전날, 1차 이식때도 골반과 허리 통증이 있었지만 결국은 실패로 마무리되었기에 큰 기대 없이 임신 테스트기를 해보았는데 '어라? 두 줄...'
피검사 당일 아침에 한번 더 해보았는데 '그래도 두 줄...?' 그날 병원에서 문자를 통해 알려준 첫 피검사 결과는 놀라웠다. 착상 결과를 가늠할 수 있는 HCG수치가 500이 넘었다. (인터넷 서치를 통해 알아본 결과 보통 20 이상이면 정상 임신을 의미하고 평균 100 이상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 문자를 당장 남편에게 공유했고 남편도 나도 놀라움을 나누는 동시에 '너무 흥분하지 말자'며 서로의 감정을 자제시켰다. 참 우리는 불안이 높은 부부다. 그냥 기뻐해도 되는데 누구랄것도 없이 둘다 '혹시 모를 불행'에 대해 미리 걱정하는 마음이 더 컸다.
이후에 시행한 2차 피검사 결과 더블링도 잘 되었고 며칠 전 초음파에서도 아기집과 난황 그리고 난황에 딱 붙어있는 작은 배아, 마지막으로 너무 작아 들리지는 않지만 깜박이는 배아의 심장소리까지 두 눈으로 보고왔다. 이식을 하고 나서 초음파를 보기까지의 근 2주간을 '자궁외임신은 아닐까? 고사난자는 아닐까?'하는 걱정에 파묻혔었는데 다행히 기우였다. 이런 내 감정과 생각이 유난인건지, 많은 임산부들이 그러한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초음파를 보고 난 이후에는 과연 이게 맞나 싶은 감정을 느끼며 스스로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임신만 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벅찬 감동은 잠시였고 생각보다 기쁜 감정보다는 불안함이 더 크게 엄습하는 것이다.
'이제 정말 내 배안에 생명이 있다는거네. 내가 이 아이를 건강하게 10달동안 품고있을 수 있을까. 혹시 중간에 잘못되지는 않을까? 아이의 염색체는 괜찮을까? 장애 아이를 낳게되는 것은 아닐까?(직업의 영향이려나)'하는 임산&출산 관련 걱정부터 시작해서 '내가 과연 아이를 잘 기를 수 있을까? 얘가 세상에 태어나면 난 뭐부터 해야되지? 얘는 어떤 사람으로 성장할까? 이게 잘하는 걸까?'하는 육아&삶에 대한 염려까지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업친데 업친 격으로 내 몸은 점점 임산부의 증상들을 보이고 있다.
워낙 몸이 차서 여름에도 두꺼운 이불을 덥고 자는 나였는데, 지금은 기초체온이 올라가서 창문을 열어놓지 않고는 잠을 잘 수 없다. 얼굴 피부에 뽀류지가 자꾸 나고 팔다리가 간지럽다. 평소에 자지 않던 낮잠도 자고 화장실도 자주 다녀오게 된다. 속쓰림이 자주 올라와서 그때마다 뭔가를 입에 넣어야 하는데 또 차갑거나 담백한 것만 땡겼다. 그러다가 갑자기 야밤에 맵고 칼칼한게 땡기는 변덕까지.. 평소에는 뜨끈한 국이나 찌개를 좋아했는데 이제 그런건 쳐다보기도 싫다. 소화도 잘 안되서 조금씩 자주 먹어줘야 하느라 뭘 먹으면서도 '2시간 뒤에 또 뭘 먹어야하지?'하며 허구헌날 동물적 본능에 충실한 고민만 하는게 일상인 나를 발견하게 된다. 대중없이 나오는 '트림+방귀 세트'는 낮동안 조용한 우리집을 채우는 소리가 되었다.
요즘은 임신과 출산에 대한 블로그, 브런치, 웹툰, 커뮤니티 등을 찾아다니며 이것저것 공부중이다.
'아.. 내가 너무 임산부의 삶을 몰랐구나.'
아름다고 숭고하며 핑크빛일 것 만 같던 임신과 출산은 생각보다 훨씬 위험하고 엄청나게 큰 일이구나.
우리 엄마는 어떻게 아이를 2명이나 낳은거지? 친구들이 하나 같이 아기들을 낳아 키우길래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건줄로만 알았는데.. 새삼 그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임신 초기인 12주까지는 유산의 가능성이 있다고 하기에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나의 임신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친한 친구가 임신초기에 부모님께 임신 사실을 공유했다가 아이를 유산한 후에 부모님께서 속상해하시는 모습을 보는게 너무 힘들었다는 경험담을 들려주었던지라 나는 내 임신 소식을 조용히 숨기고 있다.
결혼이 연애의 종지부가 아닌 또 다른 더 큰 세계의 시작이듯이
임신과 출산 역시 새로운 세상의 문이라는걸 임신 초기 쪼렙 엄마는 이제야 살짝 체감하고 있다.
그리고 '임신 성공'은 겨우 1차 관문을 통과한 것일 뿐, 앞으로 수 많은 관문들을 통과해야 함을 조금은 가늠하게 되었다. 앞으로 더 힘든 일도 있겠지만 그 1차 관문을 통과하기까지도 꽤 힘이 들었기에, 결국은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사실은 다음 초음파를 보러가는 날을 기다리기가 조금 힘들다. 아이는 잘 있겠지?
그저 커다란 이슈없이 나의 출산이 마무리 되고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기만을 바란다. (이래놓고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에게 바라는게 많은 욕심많은 부모가 되려나..) 지금은 정말 그렇다!